책은 '잘' 읽어야 된다.

by 라원

우리 집안은 교육자 집안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세 분 다 교육계에 평생을 바치신 분들이시다.


직업가치관 검사를 했을 때 1순위로 안정성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체적인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현명한 직업적 선택지는

체육교사가 다인 줄 알았다.


나의 것이 아닌 가치관으로 스무 살이 됐고,

성인이 되고 난 후의 2년 반도 군인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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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학년이 되어서야

진짜 내가 원하는 삶과,

내 잠재의식 속에 있던 중요한 가치관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런 걸 발견할 수 있냐고.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냐고.


일관되게 답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뀌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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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었다. 내가 갖고 있는 신념들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보고 나서부터는 그런 생각들을 고쳐먹었다.

(현재도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나는 책을 1도 안 읽는 사람이었다. (읽어봤자 재밌는 소설 정도)

독서록 숙제마저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 기저의 생각들을 발견해 주는 책을 한 권 접하게 되고 나서부터 계속 파고들었다.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아주 유명한 베스트셀러였다.


대체 난 어떤 사람이길래 이 책에 흥미를 느끼는지 궁금했다.

내 삶의 목표였던 안정적 삶과는 매우 거리가 먼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것을 꾸리고 싶어 졌고, 스스로 뭔가를 일구어내고 싶었다.

더 큰 뜻을 품고, 내 인생의 핸들을 내가 쥐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행동으로 이어졌다.


퇴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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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새로 펼쳐진 내 눈앞의 세상에, 앞으로 걸어갈 세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근데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 사람인지 잊어버렸다.


또 책을 읽었다. 일단 뭐라도 배우고 알아야겠으니까.


막연히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도 뭔가를 발견하고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질보다는 양에 집중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다.


대개는 자기계발서였다. 자기계발서에만 50만 원은 쓴 것 같다.

한 권을 깊게 읽는 것이 아니라, 읽고 다음 책 또 사고의 반복이었다.

실제로 배우는 게 아니라, 배우는 느낌이었을 뿐이다.

머릿속에 남는 건 별로 없었다.


2024년 6월에 퇴교했는데,

그 해 12월까지, 6개월 동안은 그런 '기분 내는'행동만 했다.

그냥 나름의 위로랄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양으로써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현타(?)가 찾아왔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

책 값이 1만 5천 원이라면, 나는 그 1만 5천 원 치의 가치를 얻는가?

아니었다. 그냥 기분 내는 소비였다.


그 당시의 독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현재를 즐기기 위한 소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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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25년에는, 읽었던 책들 중 나름 재밌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읽었다.

'그냥' 말고, 깊게 읽었다. 삶에 적용시키고 싶어서.


책에서 시키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겨봤다.


ex.

1년 전,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를 읽고 기록했던 내용

1.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성

: 하루 망해도 그냥 계속해봤다. 특히 건강한 습관들에 대해.

=> 1년이 지난 지금, 건강한 삶의 관성에 올라탔다. 매일 10시 전에 자서, 5시 전에 일어난다.

매일 운동하고, 책을 읽고, 나만의 것을 구상한다.

결국 이런 삶이 즐거워졌다.


2.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나'

: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기록하고, 수정해 나갔다.

그러면서 내 내면의 욕구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고, 모호했던 내 방향성도 잡혔다.


3. 덜어내야 할 것

: 내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만 집중시키는 연습을 많이 했다.

마음이 급하면 나한테 불필요한 선택들을 하게 되는데,

불안함을 없애며 선택을 선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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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책의 내용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 걸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실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생각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행동으로 이어졌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찾고 싶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너무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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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책은,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걸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거다.


그 과정의 깊이에 따라

1만 5천 원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