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다

by 라원

지난 3월,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파리 in, 파리 out

혼자 여행도 처음이고, 유럽 여행도 처음이다.

그런데 그냥, 나는 잘 해낼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 버킷리스트 1번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거다.

하고 싶은 거 뭐냐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거라는 뜻이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사업하기 위한 초기자금을 모으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일찍, 5시에 일어나서 알바 가고

중간중간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꿈을 향해 쫓아갔다. 그리고 그 과정이 즐거웠다.

원하는 걸 향해 나아가는 그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거다.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목표가 생기면, 일단 나를 갈아 넣으면서 달리고 봤다. 그리고 그 끝은 이뤄내는 거였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퇴한 이유에는 더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나온 것도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친 사람처럼 집요하게, 남들보다 더 많이, 몇 배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시야가 좁아지는 건 필연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돌이켜봤다.

고등학생 때부터 해서 지금까지, 나를 “위한” 온전한 투자를 해본 적이 있나?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나를 갈아 넣는 투자가 아닌, 내 미래자산이 될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없다.


내 나이 또래들 대부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내게 값지게 남을 경험자산을.


예매한 날로부터 6개월이 흐르고, 출국 전 날이 됐다.


부모님도 보고 싶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세 달을 안 뵈어도 괜찮았는데

이번 도전을 하기 전에는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에 잘 하지 않던 부탁을 드렸다.

출국 전 날에 나랑 같이 인천공항 근처에서 보내달라고, 어리광을 부렸다.

어머니께서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기분 좋게 선선한 바람과 노을을 맞이하며 산책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출국했다.


티웨이 항공을 타고 가면 된다.

처음에는 저가항공이라 불편할까 봐 걱정했는데,

아시아나 타고 뉴욕 갔을 때랑 별반 다를 걸 못 느꼈다.

기내식도 맛있었다.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그렇게 미리 다운로드하여 온 OTT를 보고 미뤄왔던 잠도 자며 14시간 동안 비행해서 파리에 도착했다.


수하물을 받고, 가방 안을 정리하려고 열었는데...

선크림과 로션이 터졌다.

조금이라도 가볍게 가려고 소분 용기에 담아 갔는데,

그게 터진 거였다.


가지고 있던 스포츠타월로 급하게 닦고 내 갈 길을 갔다.


나의 계획은,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열차를 타고 바욘까지 가는 거였다.


그래서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내려서, 약 1시간 정도 지하철 타고 오스테흐리츠역까지 이동해서 야간열차를 타면 됐다.

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이동했는데..

역이 크기에 비해 너무 한산했다.


그래도 뭐 별다른 생각 없이 원래 이런가 보다 했고,

열차 시간까지 시간이 떠서 밥도 먹었다.

근데 진짜 맛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샌드위치는 먹을만했는데 삼각김밥은 그냥 식초로 만든 클레이 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출발 30분 전, 근처 직원한테 이 열차 타려면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No train. Because strike.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몇 번 다시 물어봤는데,

그렇다. 파업했다.

지금 파리에서 폭력 시위하고 있다고 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처음엔 아 그럼 노숙해야 하나,

이 낯선 땅에서 어떡하지,

많이 걱정했는데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여유롭게 즐기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호텔에 워크인으로 가서 빈 방 있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도 있다고 했다.

가격은 1박에 140유로..... 한화로 약 22만 원이다.


근처에서 가장 싼 방이었는데도 비쌌다.

뭐 유럽 물가가 그런 거지...!!!


그래도 파업 덕분에 예쁜 파리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