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by 라원

얼마 전에 릴스 세 개를 올렸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자퇴,

두 번째는 대학교 자퇴,

세 번째는 금수저

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금수저라는 영상에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거였다.

난 고닥교도 대학교도 자퇴하고 이것저것 경험하고 있지만,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젊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 영상에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은

"그게 금수저임"이었다.


비꼬아서 얘기하는 거겠지만 진심으로 고마웠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금수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에 뭔가를 못하게 될 때,

그 이유는 대부분 '돈'이었다.

코로나를 거치며 여행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는 많이 힘들어지셨고,

우리 집은 긴축 재정 기간을 가졌다.

집도 팔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오히려 '공부'라는 기회를 봤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 기회는 포기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달랐다.

상황이 아니라, 내 가능성을 보셨다.

그리고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셨다.


체고에 다니면 육사에 갈 수 없었다. 어차피 재수든 삼수든 해야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어차피 할 재수라면, 그냥 빨리 해버리자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재수도 당연한 게 아닌데,

부모님께서 뭐든 해주려고 하셨기에 내 선택의 영역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 미친 듯이 공부했다.

나 때문에 더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자는 것뿐이었다.


결국 목표를 이뤘다.


부모님의 신뢰가 없었더라면, 팔 집이 없었더라면, 도움 받을 수 있는 귀인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절대 혼자서 해내지 못했을 거다.


맞다. 부모님 덕분이다.

돌아갈 안식처를 제공해 주신 덕분이다.


김연아 선수도 그랬다.

피겨는 귀족 스포츠라고 불릴 만큼 돈을 쏟아부어야 성공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지금도, 피겨로 성공하기는 정말 힘들다. 연느가 ㄹㅇ월클인 거


김연아 선수의 부모님께서는 전지훈련을 보내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셨다.

언니는 음악 전공이었는데, 둘 다를 지원할 수 없어 포기하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월클이 됐다. (부모님의 선구안 + 천재의 노력)



하지만 나는 그렇게 들어간 육사도 자퇴했다.


부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 알기에 더 무거운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나왔다.

이상하게도 확신이 들었다.
“나오면 더 잘될 것 같다”는 직감.

8등급이던 내가 1등급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거였다.

아무도 못 한다고 할 때 해내는 것, 그게 나에겐 도파민이었다.


망하면 노가다하면 된다는 마인드였다. 못 할 건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괜찮았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겐 확실한 방향과 꿈이 있었다.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물러서지 않는 성향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와서는 열심히 일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군대에 들어간 나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학교 안 우등생과 사회의 우등생은 다른데, 난 굳이 따지자면 전자였던 것


정직원으로 일한 건 나이키가 전부였고, 대부분은 알바였다.

하지만 단기적인 돈을 위해서만 일한 건 아니었다.

꿈을 실행하려면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라도 하면서 초기 자금을 모았다.


산티아고도, 국토대장정도 원래 계획엔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 나를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한 거다.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당시의 내겐 필요했다. 어떤 정체성 같은 거랄까.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궤도에 있는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


부모님이다.


당신의 삶의 양식과 다르기에 내가 걷는 길을 전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믿기에 그 길 또한 믿어 주신다.


그런 믿음을 나도 알기에,


고민되면 문자 한다.

힘들면 전화한다.

불안하면 영통 한다.


찡찡거려도 내 편이다.

괜한 감정을 쏟아내도 내 편이다.

내가 나락가도 내 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금전적으로 돌아갈 곳이 있으면 금수저라고.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진짜 금수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선택할 수 있고,
그래서 나는 도전할 수 있다.

나를 믿어주고 언제나 내 편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잊고 있었던 걸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감사합니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