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만드는 삶의 철학

by 이만희

언어는 단순히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생각과 감정이 구체적인 형태를 얻는 순간이며, 삶의 무게와 태도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나는 언어가 가진 힘을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말은 그 자체로 가르침이 되고, 태도가 되며,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표상이 된다. 그러하기에 나는 늘 나의 언어를 돌아보고자 한다. 아이들에게 흘려보내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언젠가 삶을 비추는 빛이 될 수도, 반대로 어두운 그림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여러 번 가본 장소라 큰 준비가 필요 없으리라 여겼다. 한 번쯤은 안일함이 허용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작은 자만심은 금세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체험장은 예전보다 훨씬 축소되어 있었고, 햇볕은 마치 아이들의 인내를 시험하듯 뜨겁게 내리쬐었다. 야외 식사 자리에는 날파리들이 끝없이 달려들었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피곤과 불만이 서렸다. 나는 사전에 들은 설명과 다른 점이 많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며, 식사 후 체험장 사장에게 항의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사장은 오히려 나를 탓했다. “사전 답사를 오지 않은 건 선생님 책임 아닙니까?”라는 말. 뜨거운 날씨 속에서 아이들과 교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그는 미안함보다 책임 전가와 자기 방어에 몰두했다. 그의 목소리는 커졌고, 태도는 거칠었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 실내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마음속에서 낡고 노후된 시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새로운 배움과 도전의 공간이 아니었다. 사장의 운영 방침은 ‘성장’보다 ‘이익’에 기울어 있었고, 그 언어 속에는 정직도, 존중도 담겨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 언어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곧 우리의 철학이자 태도이며, 그 말이 삶을 어떤 풍경으로 만들어갈지를 결정한다.

결국 교직생활에서 교사의 언어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잘했다”는 짧은 격려 한마디가 한 아이의 자신감을 키우기도 하고, 무심코 던진 “왜 이것밖에 못 하니?”라는 말이 깊은 상처로 남아 평생을 흔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며,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을 배운다. 그렇기에 교사의 언어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설명이나 지시를 넘어, 한 사람의 존재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체험학습에서의 경험은 나를 더욱 철저히 돌아보게 했다. 나는 과연 아이들 앞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혹여 내 말속에 무책임한 날카로움이나 습관적 권위가 담겨 있지는 않은가. 나의 말은 아이들을 성장으로 이끄는 다리가 되는가, 아니면 그들의 길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는가. 언어를 돌아본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내가 쓰는 말은 나의 태도를 드러내고, 나의 철학을 보여주며, 결국은 나라는 존재를 증명한다.

사람의 언어에는 그 사람의 존엄이 깃든다. 겸손과 정직을 담은 말은 삶을 단단하고 아름답게 세워 나가지만,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말은 관계를 허물고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그날 사장이 내뱉은 말에서 존엄을 잃은 언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아이들과 나누는 언어가 어떤 무게로 작용할지를 더 진지하게 성찰하게 되었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계승과 성장의 길이자, 성찰과 배려의 통로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삶을 이해하며,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무심코 흘려보낸 말들이 아이들의 내면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그 말들이 어떤 풍경으로 그들의 삶을 채색할지를 생각하면 두려움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낀다. 언어는 결국 삶의 본질을 가꾸는 씨앗이다.

그날의 체험학습은 실패한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실패는 내게 더 큰 가르침을 남겼다. 언어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와 철학을 드러내는 힘이라는 것을 다짐했다. 교사로서 내 언어가 아이들의 삶에 희망과 존중의 흔적으로 남기를. 나의 말이 아이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돌이 아니라, 그들이 걸어갈 길 위에 놓이는 따스한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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