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침 인사말의 변화

by 이만희

이른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갑다. 교무실 문을 열고 불을 켜면, 어제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는 듯한 고요함이 나를 맞는다. 나는 다른 선생님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책상 앞에 앉아 오늘 할 일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리고 천천히 교실로 향한다.

교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원두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드립백에서 스며 나오는 커피 향이 교실을 채우는 동안, 나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다. 바흐의 첼로 모음곡이 흐르는 아침, 그 안에서 나는 오늘 만날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어떤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올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될까.

조회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하나둘 교실 문을 연다.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하세요." 단순해 보이는 이 한마디가, 나는 참 오래 고민했던 말이다. 어떤 높낮이로, 어떤 속도로, 어떤 온도로 전해야 이 말이 진심으로 들릴까. 학생들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할 때, 나는 그들이 오늘 이곳에 와 준 것에 대한 감사를 담으려 애쓴다.

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넨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두 손으로 받아 드는 그 순간, 학생의 손끝이 살짝 떨리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좋은 하루 보내요." 내가 건네는 말에 학생은 수줍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 하나가 내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가 된다.

시각장애학교에서 중도실명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말'이라는 것에 대해 전에 없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학생들은 내 표정을 온전히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내 말투 하나하나가 더욱 선명하게 전달된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의 속도, 숨을 고르는 순간까지도 학생들은 민감하게 느낀다. 내가 진심인지, 형식적인지, 피곤한지, 기쁜지를 그들은 말투로 읽어낸다.

처음에는 실수를 많이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건성으로 인사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때마다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는 걸 느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 기분이 안 좋으세요?"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 말투가, 내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 이후로 나는 아침 인사를 달리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교실 문 앞에 서면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 목소리에 온기를 담으려 노력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환대하는 마음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교실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먼저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조회 시간에 나는 학생들을 칭찬한다. 그것도 구체적인 행동을 칭찬한다. **야,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해 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면 학생의 어깨가 조금 올라가는 걸 느낀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며칠 후, 학생은 더 열심히 분리수거를 한다. 또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좋은 일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 체육대회에서 우리 반의 열정이 느껴져서 정말 멋졌어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칭찬할 때, 학생들은 더 큰 가치를 배운다. 일등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최선을 누군가 알아봐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학생들은 온몸으로 느낀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교사로서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무엇일까. 화려한 교구도, 비싼 교재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돈 한 푼 들지 않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말. 진심을 담은 말투는 학생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하게 한다.

요즘 아침마다 나는 교실에서 작은 기적을 본다. 먼저 교실에 온 학생이 다음에 온 학생에게 "안녕, 잘 왔어"라고 인사하는 모습. 친구가 넘어졌을 때 "괜찮아? 천천히 일어나"라고 따뜻하게 말하는 모습. 내가 먼저 건넨 따뜻한 말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말은 이렇게 전염된다. 좋은 말은 좋은 말을 낳고, 따뜻한 말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든다.

내일 아침, 나는 또다시 한 시간 일찍 출근할 것이다.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고, 학생들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그 짧은 인사말에 진심을 담을 것이다. 말은 공기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때로는 포옹보다 따뜻하고, 선물보다 값지다. 우리 모두에게는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담은 따뜻한 말투라는 것을, 나는 매일 아침 학생들과 함께 배워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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