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짓는 말의 건축술

by 이만희

우리 학교의 교정은 눈으로는 볼 수 없으나, 발끝으로 감지되는 질감과 코끝을 스치는 계절의 냄새로 충만하다. 중도실명한 학생들이 세상과 다시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이곳에서, 나는 교사로서 때로는 안내자가 되고 때로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말'이라는 보이지 않는 건축 자재로 학생들의 무너진 자존감 위에 새로운 희망의 집을 함께 짓는 건축가가 된다.

5년 전, 나는 중도실명한 우리 반 학생 다섯 명 전원을 한국어 강사로 취업시키는 기적 같은 경험을 했다. 그들이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서게 하는 일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선, 전인적인 헌신을 요구했다. 나는 그들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 직접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교육에 참여하는 지난 과정을 먼저 걸었다. 그 경험의 씨앗을 뿌려, 학생들은 면접장을 뚫고 나섰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문서 작성과 스마트폰 활용이라는 실질적인 장벽에 부딪혔을 때, 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끈질기게 요청하여 근로지원인을 지원받게 했다.

그렇게 학생들의 곁을 지키러 온 근로지원인 중, K가 있었다. 저시력 장애를 가진 20대 여성으로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잠시 근로지원인라는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K에게 희미하지만 꺼지지 않은 열망의 불꽃을 보았다. 우리 학교의 '공직진출대비반'을 안내하며 조심스럽게 입학을 권유했다.

K는 잠시의 호의로 원서만 써본다는 가벼운 마음이었겠지만, 결국 우리 학교의 정규 과정에 입학했다. 나는 K가 있는 1학년 반의 담임을 자처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그의 삶의 방향을 함께 탐색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K는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와 휴학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마 위주로 진행되는 예비과정 수업이 자신의 목표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들의 눈빛에는 '시간 낭비'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이 가득했다. 공무원 시험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는 그 간절함 앞에서, 나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했다. 그들의 마음을 짓밟지 않으면서, 동시에 진정으로 그들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했다.

나는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가장 진심이 담긴 말을 건넸다.

"장애인이 공직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지쳐, 혹은 업무를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 문을 닫고 나오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K 씨도 분명 공무원에 합격할 것입니다. 그러나 합격 이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점자와 보행법, 보조공학기기 활용,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재활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K씨가 공직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안마를 배워서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공직에서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노후대책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의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눈앞의 성취보다 더 중요한 삶의 지속가능성을 호소하는 설득이었다. 그들의 불안함에 동조하거나, 무작정 '열심히 하라'는 공허한 격려 대신, 객관적인 현실과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를 제시했다. '합격할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확언으로 자신감을 북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키는 힘'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학교의 교육과정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부여했다.

어머니와 K는 나의 진심 어린 설득에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해, 안타깝게도 그는 시험에 불합격했다. 하지만 그 좌절은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는 학교에 남아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안마 기술을 익히는 수업에서도, 점자를 배우는 시간에도 그는 목표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당당하게 합격하여 지금은 학교 근처 구청에서 훌륭하게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그날, K와 어머니가 나를 찾아왔을 때, 내가 피상적인 격려나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면 어땠을까.

그날의 만남은 내게 '말'의 힘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깊이 각인시켜 주었다.

상담의 태도, 그것은 언어의 내용보다 먼저 상대에게 닿는 마음의 온도다. 내가 건넨 말의 온도가 차갑지 않고, 진심이 담겨 따뜻할 때, 상대는 비로소 내 이야기의 문을 열고 귀 기울인다.

말투가 친절하고 어조가 부드러울 때, 대화는 딱딱한 의무가 아니라 흥미로운 교감이 된다. 부정적인 단어 대신 긍정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안 될 것이다'라는 단정 대신 '분명 합격하겠지만'이라는 희망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상대를 대화의 주체로 세우는 존중의 표현이다.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융통성 있게 접근하는 통찰력 또한 필요하다. K에게 안마 기술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자신을 지킬 무기'가 될 것이라는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 바로 그 융통성이었다.

나는 상담을 할 때, 항상 '격려와 설득'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명확히 한다. 목적이 분명할수록 대화는 산만해지지 않고, 목적지에 정확하게 도달하는 성공적인 소통이 된다. 나는 종종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나의 이 말이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본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순서로 논리를 전개할지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이 작은 준비가 진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뼈대이며, 영혼의 양식이다. 특히,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우리의 한 마디는, 때로는 그들의 삶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이 될 수도, 혹은 그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는 보이지 않는 절벽이 될 수도 있다.

K의 사례가 보여주듯, 내가 건넨 진심 섞인 말이 그의

방황을 멈추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었을 때, 나는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우리의 말 한마디가 희망의 건축술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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