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0대 중반에 교직에 들어와
20여 년간 밥을 벌어먹었다.
제자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었을 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여기를 나와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남아있는 이들에게 감히 부탁한다.
먼저 나서서 나를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와의 추억은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나의 것이 아니다.
배롱나무가 되든 은행나무가 되든
건물 입구에 종소리가 되어 사라지더라도 그냥 두어라.
그때 그 시절은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웠다
하루하루를 첫날처럼 맞이했고 끝날처럼 살아왔다.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꽃이 피고 새가 울면 언젠가는
한 번쯤은 다시 만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