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남기는 자취

생각 한 스푼

by 이만희

교직에 선 지 스무 해가 훌쩍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지식을 가르쳤고, 셀 수 없이 많은 말들을 건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월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내가 전했던 지식도, 정성껏 골라 건넸던 말도 아니었다. 내가 아이들을 대했던 '태도'였다.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이 설명이 아니라 '머무름'에 있지 않을까 하고. 바쁜 하루 속에서도 아이 옆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마음, 아이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 실수한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작은 미소를 건네는 용기. 그런 사소한 태도들이 아이의 하루를 바꾸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여 아이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가는 것 같다.

중년이 되어 다시 교실에 서니,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훨씬 느리게, 훨씬 조용하게. 완벽한 교사가 되려던 젊은 날의 조급함은 어느새 내려놓았다. 이제는 그저 따뜻한 어른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완벽함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따뜻함은 기억한다. 부드러운 말투, 한 박자 늦춘 호흡, 눈높이를 맞추어 앉아주던 그 순간들을 기억한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실 안에서 행동으로 말하려 한다.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 조금 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일 때 조금 더 진심을 담아, 작은 웃음 하나에도 아이의 하루가 밝아지기를 바라면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신념보다는 사랑으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일이 내가 교사로 살아가는 이유이며,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나는 안다. 이 다정함의 자취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리라는 것을.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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