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가진 단 하나의 무기, 글쓰기 앞에서는 그 어떤 절망도 고개를 들지 못한다.
나는 오늘도 낙타처럼 말없이 글을 쓴다.
모래폭풍을 견디며 제 길을 묵묵히 걷는 낙타처럼, 마음의 무게와 삶의 먼지를 끌고 책상 앞에 앉는다.
나의 글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한 사람으로 세우기 위한 호흡이다.
나를 가만두지 않고 흔드는 빌런들이 삶 곳곳에서 출몰한다.
그러나 그들 덕분에 나는 다시 노트북을 켠다.
흔들림은 글쓰기의 연료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말 잘 듣는 학생만 있다면 교사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넘치면 덜어주고, 부족하면 채워주기 위해 우리는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사적인 고민은 어느 순간 공적인 가치로 환원된다.
글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글을 쓴다는 일은 내가 겉다르고 속다르지 않도록 나를 단단하게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덕분에 나는 학생들을, 사람들을, 그리고 삶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 학교에는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고, 삶의 턱에서 매일 미끄러지는 이들이 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그들의 고통이 어떤 결로 오늘을 버티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삶을 존중하기 위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에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세상은 조용히 뒤로 물러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나를 증명하고 내면의 소란을 수습한다.
글쓰기라는 작은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다 보면, 다시 웃을 힘이 생긴다.
마음이 흐려질 때면 나는 가장 먼저 종이를 찾는다.
생각을 적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마음이 정리되면 결국 삶이 이해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중얼거리게 된다.
“그러라고 그런 거겠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결핍을 인정하고 부족함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나는 글을 쓴다.
세상을 전부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억지로 모든 것을 붙잡으려 하면, 결국 숨이 차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글 속에서 나는 나를 해부하고, 용서하고, 다시 만드는 작업을 반복한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모든 조각난 나를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
밤이 되면 하루 동안 가슴에 맺힌 이슬 같은 감정들을 소리 없이 꺼내 적는다.
필터 없는 언어가 종이 위에 내려앉을 때, 나는 비로소 솔직해진다.
솔직한 글은 결국 진실한 삶으로 이어지고, 진실한 삶은 다시 글의 뿌리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 덕분에 나는 더 깊이 쓰고, 더 오래 버티고, 더 단단하게 살아남는다.
그들은 내게 고통을 주었지만, 동시에 필력이라는 선물을 남겨주었다.
상처에서 피어난 문장은 언제나 생존의 증거였다.
그래서 나는 안다.
글쓰는 삶은 결국 이기는 삶이라는 것을.
글이 나를 지키고, 나 역시 글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조용히 펜을 든다.
나에게 글쓰기라는 무기가 있다는 사실이,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