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둠이 가득한 자리에서도, 이미 빛이 스러진 자락에서도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물결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간다.
상처를 숨기거나 지우려 애쓰기보다, 그 상처가 나를 데리고 온 길들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 깊은 분화구에 홀로 피어 있는 작은 부꽃처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은밀히 숨 쉬는 존재가 되고 싶다.
슬픔의 뼛가루를 바람에 흩날려 잊어버리는 대신,
나는 그것을 내 마음 한쪽에 마련한 작은 항아기에 고요히 담아두고자 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다시 흔들릴 때, 그 항아리를 열어
내가 지나온 어둠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
나는 내 상처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 상처는 나를 무너뜨린 흔적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길이 되어준 또 하나의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세계를,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더 깊어지는 세계를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그들의 침묵과 떨림이 내 안의 마지막 물결을 건드릴 때,
나는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상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그리고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을,
사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