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현대인의 마음은 끝없이 흔들린다.
애착과 집착, 몽상과 불안이 서로의 어깨를 밀치고, 때로는 서툰 위로처럼 맞닿으며 하루를 만든다.
나는 시각 대신 감각으로 세상을 읽게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떨리는 결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런 예민함을 결함이라 말하지만, 내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세워둔 하나의 촉수였다. 숨소리의 길이, 문장의 작은 떨림, 말끝의 아주 미세한 굽음에서조차 한 사람의 내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건네는 말 한 줄이, 혹은 침묵의 무게가, 상대의 마음 한가운데 작은 파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중년의 문턱을 넘어서며 나는 말보다 침묵을 먼저 배우게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여러 관계를 돌아보며 천천히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깨져 있다.
하지만 그 균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있다.
그 빛은 내 오래된 상처를 가만히 어루만지고, 나는 그 빛이 인도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장애는 내 삶에 드리운 그림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또 다른 문이었다.
그 문을 열고 나서야 나는 세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완전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아름다운 풍경들, 흠집이 나서 더욱 깊게 빛나는 영혼들, 상처를 숨기지 않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찬란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믿는다.
상처란 감춰야 할 흔적이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의 어둠을 밝혀줄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삶의 파도가 거세질수록 우리는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해야 한다. 그곳에서야 비로소 들리는 숨결이 있고, 손끝으로 느껴지는 온기가 있다. 세상은 때때로 우리를 흔들어 깨우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드러나는 진짜 얼굴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다.
이제 내게 상처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더 느리게 듣고, 더 조용히 바라보고, 더 깊이 사랑하는 방식.
부서진 자들이 서로의 균열을 비춰주며 길을 밝혀주는 순간을 믿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빛을 따라 걷는다.
막막한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 어둠을 건너온 다른 이들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