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피어나는 삶에게

by 이만희

어느 날 공원을 걷다가 작은 들꽃 하나를 발견했다. 바람에 흔들리며 미약한 숨을 토해내는 그 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완전성을 품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으면서도 아무도 보지 못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 채 스러져 가는구나." 그 순간, 꽃이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남들에게 보이려고 피어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피어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품고 살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타인의 눈길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정받기 위한 웃음, 보여주기 위한 성취, 남의 기준으로 세운 목표들. 그러나 자연은 그런 인정을 알지 못한다. 자연은 그저 존재함으로써 완성되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빛난다. 인간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의 시선도 그 삶의 가치를 결정할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서로의 개성을 길들이고, 판단하고, 때때로 고치려 한다. 하지만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 개성은 자연이 부여한 하나의 형식일 뿐이다. 고약한 성격조차 "그런 괴상한 녀석도 있어야겠지"라고 생각하며 세상에 놓아두는 것이 옳다. 타인을 고치려 하는 순간 전쟁이 시작되고, 세상은 잔혹해진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형식을 견디고, 인정하고, 때로는 이용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이란 결국 개별적인 의지의 흐름이다. 세상은 거대한 집단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덕과 결단은 오직 개인에게서만 일어난다. 어떤 개인의 인생은 하나의 긴 문장이고, 거기서 배어 나오는 의미는 언제나 도덕적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일대기라는 책을 쓰며 살고 있으며, 그 책의 가치는 외부가 아니라 내면의 자발성에서 태어난다.

삶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의지와 지성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의지가 지나치게 화려하면 지성은 방향을 잃고, 지성이 너무 약하면 의지는 무모함의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지성은 등불이고 의지는 걸음이다. 불이 약한 걸음은 어둠 속으로 떠밀리고, 걸음이 너무 빠르면 불은 금세 꺼진다. 우리는 늘 그사이를 조율하며 산다.

몸과 마음이 피로해질 때, 자연은 놀라운 힘으로 우리를 다시 세워준다. 병이란 파괴가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며, 자연은 모든 존재를 스스로 치유하는 기계로 만들어 놓았다. 수면 속에서 우리의 의지는 유기체를 수리하고, 생각의 불꽃을 잠시 꺼두며 내일을 위한 힘을 축적한다. 깊이 자는 사람일수록 더 깊이 깨어 있다는 말은 그래서 탄생한다.

그러나 몸의 바깥과 안에서 동시에 긴장이 찾아오면 균형은 깨지고,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 그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용기가 아니다. 조용한 산책 한 번, 맑은 공기 한 모금, 심호흡 몇 번 같은 사소한 행동들이다. 자연의 법칙은 언제나 단순하고, 어디서나 한결같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한다.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아라. 존재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행복도 그렇다. 우리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바라보다 고통 속으로 빠지고, 자신에게 있는 것은 너무 익숙해져 잊어버린다. 가진 것을 잃었다고 상상해 보는 일, 지금의 삶을 되새겨 보는 일,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순간적으로 행복해진다. 행복은 새로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흔히 환희와 쾌락을 행복으로 오해한다. 뛰어오를 만큼 기쁜 순간도 사실은 실체 없는 망상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다. 현자는 환희에도 고통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모든 행복은 자연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며, 언제든 다시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통은 잘못된 욕망이 깨지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욕망이 사라지면 고통은 더 이상 우리를 견디게 하지 않는다.

고독하게 살아가는 삶은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의 삶을 계속 보지 않아도 되고,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친구가 적다는 사실을 슬퍼하기보다, 악한 성격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때로는 친구 하나를 잃는 것이 큰 배신을 피하는 길이고, 혼자 있는 것이 더 자유로운 길이기도 하다.

이 모든 생각을 다시 들꽃의 말로 되돌릴 수 있다. "나는 나를 위해 핀다."

삶이란 결국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용기다. 누가 보지 않아도 피어나고,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며, 고독을 통해 제 모습을 지켜내는 것. 자연은 어느 존재에게도 남의 시선 때문에 흔들리는 방식을 가르치지 않았다.

행복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행복은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내면의 힘, 나아갈 용기, 잃기 전에 지금의 삶을 소중히 바라보는 눈, 그리고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피어나는 태도 속에서 태어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들꽃의 그 말을 되뇌며 조용히 나 자신에게 속삭인다.

"나는 나를 위해 핀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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