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25
2025년을 버티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삶은 결코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꺾이지는 않는다.
삶은 늘 같은 속도로 반복되고, 그 반복 속에서만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미래를 앞당겨 살지 않는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오늘 감당할 수 있는 몫에 집중한다.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일기를 쓴다.
운동장을 걷고, 교실을 정리하고, 수업을 한다.
수업 준비를 하고 점역을 하고, 공문을 처리한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책을 펼치고 글을 쓴다.
이 하루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이 평범함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려 애쓴다.
젊은 시절에는 결과가 중요했다.
얼마나 빨리 도달하는가, 누가 먼저 인정받는가가 삶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과정이 나를 붙잡기 시작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 하루,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하루,
설명해도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제는 나의 기준이 되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아이들 앞에 서는 일인 동시에
매일 나 자신 앞에 서는 일이다.
오늘 내가 게을렀는지, 성실했는지,
핑계를 댔는지, 책임을 졌는지
나는 누구보다 먼저 안다.
그래서 나는 남에게 시간을 쉽게 내어주지 않기로 했다.
내 시간을 지키는 일이
곧 내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도 다르지 않다.
기다리다 쓰지 않는다.
영감을 핑계로 멈추지 않는다.
오늘 쓸 수 있는 만큼 쓰고,
오늘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생각한다.
공모전에 떨어져도 다시 쓰고,
브런치에 원고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고,
내가 쓴 글이 부족하고 미숙하면 고친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 나에게는 더 정확하다.
2025년을 살아가면서 알게 된 자기 사랑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일이 아니었다.
몸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것,
마음을 쉽게 소진시키지 않는 것,
타인의 기대에 나를 맡기지 않는 것.
힘들 때는 말하지 않아도 견딜 줄 알고,
고요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일.
그것이 내가 배운 자기 사랑의 방식이다.
나는 여전히 바란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모든 바람은
오늘의 태도 위에만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을 성실하게 살지 못한 사람은
내일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공원을 걷고, 글을 쓴다.
큰 결심 대신 작은 반복을 택한다.
요란한 선언 대신 조용한 실행을 남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하루가
사실은 나를 가장 멀리 데려다주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오늘을 버텨낸 사람만이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다시
이 평범한 하루의 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