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경영하는 사람

응답하라 2025

by 이만희

매일 아침, 나는 알람보다 먼저 깬다. 몸이 먼저 깨고, 마음이 그 뒤를 따른다.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시간은 내게 세상을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읽는 법을 가르쳤다. 보이지 않는 대신 느끼는 감각이 있고, 서두르지 않는 대신 놓치지 않는 리듬이 있다.

아침이면 공원으로 나간다. 걷거나, 때로는 달린다. 숨이 가빠질수록 생각은 단순해진다. 오늘 해야 할 일, 오늘 지켜야 할 약속, 오늘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 운동은 나를 단련시키는 일이 아니다. 나를 다시 나에게로 돌려놓는 일이다.

누군가의 하루가 내 하루 위에 얹혀 있다. 그래서 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게으름을 피우는 날도 있지만, 그마저도 스스로 허락한 쉼일 뿐 방치가 아니다. 커피는 한 잔만 마시고, 배부르게 먹지 않으며, 회식 자리에 늦게까지 남지 않는다. 이 사소한 절제가 나와 가족을 지키는 울타리라는 것을, 나는 오래전에 배웠다.

교사로서의 하루는 준비로 시작된다. 학교에 도착해 공문을 읽고, 계획서를 쓰고, 회의에 참석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 사업에 신청하고, 연수를 듣고, 서류를 작성한다. 결과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려 애쓴다. 교실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의 중심에는 늘 글이 있다.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동시를 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다른 이의 글을 읽으며 조용히 라이킷을 누른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를 증명하는 시간이 아니다. 나를 정화하는 시간이다.

나는 여전히 작가를 꿈꾼다. 여전히 문학상에 도전하고, 여전히 시를 믿는다. 이 나이에 꿈을 꾼다는 사실이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살게 한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드라마를 본다. 그냥 보지 않는다. 분석하며 본다. 읽고, 듣고, 쓰는 이 반복 속에서 나는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간다. 언젠가 쓸 시나리오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문장들을 마음속에서 키운다.

저녁이면 다시 산책을 나간다. 하루를 정리하며 마음의 먼지를 턴다. 분노와 화를 오래 붙잡아두지 않으려 애쓴다. 기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함께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은 혼자 간다. 오로지 내가 나에게 최선을 다했는지만을 점검한다.

기적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기적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의 삶 속에서 조용히 자란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삶을 경영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실을 다한다.

읽고, 쓰고, 움직이는 일만이 나를 살린다. 이 단순한 진실을, 나는 수없이 넘어지며 배웠다.

오늘도 마음은 깨어 있고, 생각은 흔들리지 않는다. 내 삶의 주인은 여전히 나다. 그리고 이 평범한 하루들이 언젠가 나를 지켜줄 가장 단단한 문장이 될 것임을, 나는 조용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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