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최경미 로봇설
2013년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그때는 정말
인생최고로 바빴던 때로 기억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 다니고 논문을 쓰고,
학교강의를 나가고, 애 둘을 키웠다.
당시 친구가 주변에 최경미 로봇설이 돈다고 전해주었다.
내가 로봇이라니….
매일을 의무와 책임으로 살았다.
밥도 일도 육아도 '당연히 해야 하니까' 하는 거였다.
고민할 시간도 아플 여유도 없었다.
(진짜 ‘아프면 안 돼’를 주문처럼 웅얼거리고 살았다.)
웃긴 건 그때 내 상황은 엉망이었다.
신랑 사업은 망했고, 집에는 대출이 있었고,
대학원은 학비만 봐도 절대 갈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지?” 싶다.
“다시 하라면?”
음……절대 못 한다.
그 시절을 같이 보낸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때, 어떻게 버티셨어요?”
그러면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닥치면 다~ 하게 돼 있어.”
계산기를 두드리면 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계산이 맞을 리가 없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재능이나 능력으로 살아온 게 아니라
그냥 묵묵히, 닥치는 대로
하나씩 쳐내다 보니
살아진 거다.
그땐 그냥,
‘살아야 하니까’ 살았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