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유괴사건

Raising Arizona, 1987

by 유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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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이 들끓던 데뷔작 <블러드 심플>에 이은 코엔 형제의 두 번째 작품. 전작의 우중충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상반된 코믹한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부부가 되는 하이와 에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는 인물들의 시니컬한 행동이나 광각렌즈를 활용한 컷, 원색의 미술까지 웨스 엔더슨 영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웨스 앤더슨이 영향을 받았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8-90년대 코엔 형제가 영화를 만드는 젊은 감독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 보면 영향을 받았다고 의심해 봐도 될 부분이다.


스크루볼 코미디이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나는 스크루볼 코미디가 멍청한 캐릭터들이 한데 섞이는 코미디를 지칭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스크루볼 코미디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의 하위 장르로, 빈부, 신분 격차가 있는 남녀가 갈등과 애증을 겪다가 결국 행복한 결말에 이루는 단어의 뜻이라고 한다. 코엔 형제라면 분명히 그 장르의 특징을 가져오려고 했을 것이고 거기에 아이를 유괴하는 범죄 플롯을 넣으며 장르를 비틀려고 한 것 같다.


아이러니, 부조리함은 여전하다. 애초에 경찰과 범죄자가 결혼하는 것부터가 코믹한 아이러니며, 그리고 두 사람이 유괴를 한다는 것은 한발 더 나아간 아이러니다. 아이를 유괴하고 범죄자가 된 에드가 하이의 감옥 친구들을 범죄자라고 경계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아이러니다. 설정들을 자세하게 떼고 보면, 거의 모든 설정들이 아이러니며 이 이야기 자체가 코엔 형제의 다른 부조리극이다.


다만 놀라운 것은 최근작까지도 포함해서 코엔 형제 영화 중에 거의 제일 웃기다는 점. 젊은 시절의 니콜라스 케이지의 꺼벙한 모습도 재밌지만 범죄자와 결혼하는 경찰 에드역의 홀리 헌터의 시니컬하면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상반된 모습이 영화의 무게감을 확실히 잡는다. 조연들도 다 한 건씩 해주는데 시종 비명을 지르는 하이의 친구들 게일, 에빌이 단연 압권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멍청한 캐릭터들인데 두 캐릭터를 활용해 가장 웃긴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여담이지만 훗날 고스트 라이더 역할로 휘청하게 되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고스트 라이더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와 최종 결투를 하는 것도 참 인생의 아이러니기 같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다른 영화는 다 옛날 영화처럼 보였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가 세련됐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한 게 호러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스테디캠이나 광각렌즈를 십분 활용한 촬영 센스가 놀랍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이야기와 인물들을 보는 재미로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진다.


코엔 형제는 늘 인생을 부조리하게 바라보며 그 인생 속에서 인간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비관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스크루볼 코미디라는 장르를 비틀면서 리스펙트 하려는 의도의 영화여서 그랬을까. 한껏 코미디 플롯으로 흘러가던 영화는 결국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하이와 애드의 애틋한 모습으로 끝이 난다.


웃길 때는 확실히 웃겨주면서도 장르를 십분 활용하며 비트는 센스가 돋보이는 코엔 형제의 두 번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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