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Brother, Where Art Thou?, 2000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는 1930년 대공황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노역을 하고 있던 죄수 율리시스와 델마, 피트는 율리시스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탈옥한다. 세 얼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코미디를 위해 완전히 설계된 과장된 캐릭터들이다. 매사에 뭘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양반들인데 또 운은 좋아서 어찌어찌 계속 여정을 나아간다. 각 인물들의 능력으로 뭔가를 헤쳐나가는 것보단 상황과 천운이 그들을 따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는 오디세이 신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율리시스, 즉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가는 여정을 30년대 대공황 시대로 가져온 것이다. 외눈박이, 사이렌, 대홍수 등 신화적 모티브들과 조지 넬슨, 로버트 존슨 등 30년대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인물들이 함께 뒤섞인다.
정치인들을 전면 내세우는데 그들도 하나같이 얼간이들이다. 어디 하나 제대로 된 인물이 없다. 라디오가 가장 큰 대중매체인 시절이라 정치인들은 라디오를 선거 유세의 방법으로 사용한다. 율리시스와 델마, 피트는 돈을 벌기 위해 녹음한 음악으로 라디오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본인들은 보물을 찾아 이 고생 저 고생하는 동안 도시에선 일종의 슈가맨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정치인들과 대중매체, 스타에 대한 아이러니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율리시스는 탈옥 후 도망 다니는 와중에도 포마드를 찾아 머리를 단정히 유지하려 애쓴다. 단순한 외모 관리가 아니라 이 역시 허영과 남성성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더 나아가 그의 캐릭터가 오디세우스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영웅의 나약함에 대한 풍자도 느껴진다.
뮤지컬 영화이면서 탈옥한 세 남자가 음악으로써 삶을 구원한다는 음악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에서 음악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결국 음악이 우리를 위로하기 때문에 음악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 의미 자체만으로 느껴지는 낭만이 영화 전체에 나른하게 깔려져있다.
신화와 미국 문화에 대한 상징들이 디테일하게 짜여진 훌륭한 각본임은 확실하다. 다만 개인적으론 그 신화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적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졌다. 뮤지컬 영화가 갖고 있는 특유의 늘어짐과 신화적 모티프에서 느껴지는 허무맹랑함이 나의 호불호엔 맞지는 않는다. 다른 코엔 형제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선 유독 문화적 거리감이 느껴졌다.
사실 컨트리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없다 보니 음악 자체에도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는데, 미국에선 음악영화로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의 수록곡들로 발매된 앨범이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고 한다. 단순히 영화의 OST를 넘어 그 자체로 좋은 훌륭한 앨범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코엔 형제가 미국 영화, 문화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큰 인물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