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2. 그럼에도 나는 철학자였다.
<챕터 8. 철학이 밥 먹여주지는 않아도, 굶지는 않게 해 주더라>
철학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말,
처음엔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철학은 공허했다. 지갑은 얇았고, 식탁은 자주 비어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철학이 정말 밥을 주지는 않지만,
굶어 죽게 두지는 않는다는 걸.
철학은 나의 배가 비어있을 때, 밥을 주지는 않았지만,
배고픈 감정조차 들지 않게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외로운가.’
‘왜 나는 채워져도 늘 비어 있는가.’
누구는 그걸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질문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세상은 나에게 돈을 원했고,
나는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몸에 난치병이 생기고,
일자리를 잃었을 때도,
믿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졌을 때도,
나는 철학을 붙잡았다.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그냥 잊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게 나의 방식이었고,
나를 망가지지 않게 지켜준 방법이었다.
나는 철학자들이 좋았다.
삶과 죽음을 두고 며칠이고 고민하는 그들의 고집.
세상이 뭐라 하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태도.
그게 나를 위로했다.
나는 그들과 다르게 유명하지도 않고,
어떤 책 한 권을 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생각한다.
내 방식대로, 나만의 리듬으로.
철학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외롭게 만들었지만,
때론 사람을 거를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철학은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돈이 떨어졌을 때도,
사람들이 떠났을 때도,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조차.
철학은 조용히 내 곁에 있었다.
그런 철학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철학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아도,
그 생각 하나,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그게,
가끔은 밥보다 더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철학으로 배를 채운다. 생각으로 허기를 달랜다.
그게 나를 살게 하고,
그게 내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방식이 되기를 바란다.
철학은 가난한 나에게 가장 값비싼 위로였다.
그리고 그 위로는,
굶는 날조차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