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4. 다시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
<챕터 15. 말보다 더 큰 침묵의 힘>
나는 말을 믿는다.
그리고 동시에, 침묵도 믿는다.
예전에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하고 싶었다.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나를 똑바로 알아줬으면 해서
말을 덧붙이고 또 덧붙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됐다.
말이 많을수록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걸.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다.
어떤 때는,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다.
누군가 아파할 때,
“괜찮아”라는 말보다
그저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말은 순간이지만,
침묵은 여운이다.
나는 사람을 잃고,
일을 잃고,
나를 잃은 듯한 순간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말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나를 마주했다.
비로소 내 마음속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말은 외부로 향하지만,
침묵은 내면으로 향한다.
나는 이제 안다.
침묵도 언어라는 걸. 아니,
어쩌면 가장 깊은 언어는 침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엔 말보다 먼저 침묵을 꺼낸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확인하고,
그 속에서 타인의 감정을 기다린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빠르게 단정 짓고,
너무 자주 상처 준다.
그러니 가끔은,
침묵이 먼저여야 한다.
나는 이제 말보다 침묵을 신뢰한다.
그리고 그 침묵이
진짜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