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로마서 14장 17절)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전부터 쓰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나 크고 신비한 주제이기 때문에 자꾸 미루었다. 이제 신앙에세이 <두 번은 없다> 2를 마치면서 이 주제로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또 체험한 것을 쓴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리"(마태복음 4장 17절)라는 선포를 하셨다. 마가복음을 보면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가복음 1장 15절)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보면 예수님은 천국이라는 단어와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을 같이 쓰셨다. 우리는 천국을 하나님의 나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 천국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 그 통치에 온전히 순종하는 자들이 사는 곳이다. 예수님이 첫 메시지로 선포한 이 주제는 부활하신 후 하늘로 올라가기 전 40일 동안에도 예수님이 계속 말씀하셨던 마지막 메시지다. 그만큼 예수님에게 중요한 것이었고 삶의 중심, 삶의 이유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오순절 다락방에서 성령을 받은 후 제자들은 달라졌고 특히 베드로의 설교는 힘이 있어 그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세례를 받고 하루에 삼천 명이 신도가 되었다. 초대교회의 시작이다. 베드로와 요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기적을 행하기 시작했다.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라고 하니 그가 발과 발목에 힘을 얻어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제 관리들과 서기관, 제사장이 예수의 제자들을 잡아 가두려고 한다. 그러나 제자들은 더 담대하게 복음을 전파하고, 병을 고치고, 표적과 기사를 행했다고 한다. 아무리 위험이 닥쳐도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님 나라 선포에 있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천국은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마음의 평화와 기쁨이다. 성령의 통치 아래 살 때 우리는 이미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한다. 그때 우리의 마음에는 의가 서고, 평강이 깃들며, 희락이 흘러넘친다. 천국은 또한 우리가 죽은 뒤에 들어가게 될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히 어둠이 조금도 없는, 밝고 환한 곳일 것이다.
나는 한번, 예배 중에 그 빛을 잠시 본 적이 있다. 어린아이 학대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던 시절이었다. 너무나 비참하게 생을 마친 한 아이의 이야기에 며칠 동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 주일, 예배 중 설교를 듣다가 그 아이가 떠올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통곡하듯 울다가, 문득 눈을 떴을 때였다. 잠깐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어떤 장면을 보았다. 너무나 환하고 평화로운 곳, 아이들이 웃으며 노는 들판이었다. 그 가운데 그 아이가 있었다. 그 옆에는 한 분이 서 계셨다.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는 분-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예수님이시구나. 그날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천국을 보여주셨다고 믿고 있다.
이 땅은 어둠과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언제나 그 어둠 너머에서 빛난다.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 그것이 천국의 빛이다. 우리가 그 빛을 따라 살 때, 천국은 이미 우리 안에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