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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깨닫다

by 권민정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시편 127편 1절)



브런치에 목요일 발표 신앙에세이를 시작한 것은 1년 2개월 전이다. 작년 8월 29일에 1회를 썼다. 58회까지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브런치 목요 연재에 글을 올렸다. <두 번은 없다 1> 30회, <두 번은 없다 2> 30회를 끝내고, 할 수 있으면 <두 번은 없다 3> 까지는 쓰고 싶었다. 그러나 2025. 10.9에 나는 글을 놓치고 말았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가족들과 여행 중이었기에 시간 여유가 없었지만 그것은 변명에 불과했다. 그다음 주에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으나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2주나 놓치고 이제 이 글을 쓴다.


'이유가 뭘까? 왜 글이 한 줄도 써지지 않을까?' 계속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연재하면서 한번도 글쓰기가 힘들거나 글이 써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즐겁게 글을 썼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다 깨달았다.


"은혜였구나"

하는 사실이다. 글을 즐겁게 쓸 수 있었던 것이 은혜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목요 연재를 시작한 작년은 내 글쓰기에 특별한 해이다. 2004년 등단한 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던 상을 연달아 받은 해이기 때문이다. 19년 만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러다 아르코 창작지원금과 아주 권위 있는 상을 2개나 받는 일이 생겼고 상금도 많이 받았다. 나로서는 거액의 상금이었다. 여러 문예지에서 특별 코너를 만들어 내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조금 교만해진 탓일까? 나는 브런치 연재 글이 힘들지 않았다. 몇 년 전, 한 일간지에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이었는데도 참 힘들었다. 1년이 지나고 신문사에서는 계속 써 주기를 원했지만 나는 더 이상 못 쓰겠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그런 좋은 기회를 스스로 놓아 버리는 나를 안타까워했지만 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연재를 한다는 것은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브런치에 연재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글쓰기에 자신이 생긴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시편 127편은 내가 참 좋아하는 말씀이다. 사람이 아무리 자기가 계획을 세우고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그 수고가 헛되다는 내용이다. 파수꾼이 아무리 깨어 있어도 하나님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그 수고가 헛되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말부터 올해 2025년까지 나의 글쓰기에 있었던 여러 좋은 일들이 내 노력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지금에야 깨닫는다. 은혜였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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