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공동체

모래 군의 열두 달

by 권민정


모래 군(郡)의 열두 달》 알도 레오폴드


기러기들은 홍수에 열광하지만 좀처럼 내색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기러기 잡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기쁨을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잉어는 드러내놓고 즐기기 때문에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놈들은 물이 차올라 풀뿌리가 젖자마자 몰려온다. 그리고 풀밭으로 나온 돼지처럼 열정적으로 바닥을 헤집으며 몸부림치고, 붉은 꼬리와 누런 배를 번득이고, 마차 길과 소들의 통로를 따라 헤엄치면서 팽창 중인 자신들의 우주를 서둘러 탐사하기 위해 갈대와 덤불을 흔들어댄다. 기러기나 잉어와는 달리, 뭍에 사는 새나 짐승들은 홍수를 철학적 초연함으로 받아들인다. (pp47-48)




《모래 군의 열두 달》은 필자인 알도 레오폴드(1887-1948)가 사망한 다음 해인 1949년에 출판된 책이다. 레오폴드는 15년 동안 미국 산림청 현장 공무원으로, 15년 동안은 위스콘신 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 책은 처음 출판된 당시에는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그 후 자연보전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이 되었으며 ‘현대 환경 운동의 바이블’로 까지 불린다.


레오폴드는 위스콘신의 버려진 모래땅에 통나무집을 지어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지냈다. 이 책은 그의 가족이 매주 그 모래땅 농장에서 삽과 도끼로, 다른 곳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되살리려고 애쓰며 얻은 즐거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자연에 대한 그의 철학뿐 아니라 특히 문장에 있다. 그의 글은 마치 산문시를 보는 것 같다. 아름다운 문장이 이 책 전편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른다. 단순한 미문이 아니라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 긴 여운을 남긴다.


인용한 문장은 4월 홍수의 계절에 쓴 내용이다. 홍수의 계절에 기러기와 잉어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각 존재의 태도와 기질을 보여주는데 독자는 마치 동물들이 하나의 인격처럼 느껴진다. 또 잉어의 환희는 누구라도 알 수 있지만 기러기의 기쁨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문제는 자연이 아니라 보는 인간의 감각이라는 암시이다. 즉 자연은 충분히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라는 것을 레오폴드는 말한다. 이 문장은 홍수라는 사건을 통해 생명마다 다른 기쁨과 태도가 있음을 보여주며,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쪽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겸손한 성찰을 남긴다. 자연을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느끼게 한다. 이 장면은 자연을 대상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의 철학 중 중요한 것이 토지윤리이다. 토지(토양, 물, 식물, 동물)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생태계의 통합성, 안정성,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책 서문에 “야생세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 수필집은 그렇지 못한 어떤 사람의 환희와 딜레마를 담은 것이다. 야생세계는 진보로 인한 파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람과 일몰이 그런 것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 우리는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리고 자유로운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부닥쳐 있다. 우리 소수파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고귀하며,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권리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 글은 약 80년 전에 쓴 것이다. 그때 레오폴드는 소수파에 속한 사람이었다. 대다수의 사람은 야생을 파괴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깨닫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를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에 그가 말했던 토지윤리가 더 귀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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