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램 수필선
《찰스 램 수필선》 찰스 램
우리 자신보다 크지 않은 어린아이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지옥의 목구멍'같이 생긴 굴뚝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그 어둡고 숨이 막혀버릴 듯한 동굴 -그 끔찍스러운 어둠 속을 탐색하면서 이리저리 더듬고 다닐 그들이 어디쯤 있을까 하고 마음속으로 추적하던 일, '이젠 정말 다시는 영영 나오지 못하고 말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몸서리치다가도 다시 햇빛을 보고 내뿜는 그 가냘픈 목소리를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해 문밖으로 달려 나가 까만 귀신처럼 멀쩡히 나타나서 정복한 성채 위에 깃발을 휘날리듯 의기양양하게 청소용 솔을 들어 휘드는 모습을 때맞추어 본다는 것은 참으로 신묘한 것이었다.(P71 <굴뚝 청소부 예찬> 중에서)
찰스 램(1775-1834)은 18세기에서 19세기를 살았던 영국의 수필가이다. 18세기에서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대규모 빈곤층이 형성되었다. 많은 농민들이 인클로저 운동으로 토지를 잃고 도시로 이동했다. 런던 같은 산업도시에는 슬럼가가 빠르게 형성되었고 저임금 공장노동자와 아동노동자가 증가했다. 아주 어린아이까지 공장노동자, 또는 굴뚝청소부가 되었다.
찰스 램은 그 시대를 증언한다. 그의 특유의 유머와 부드러운 문체로 현실을 묘사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그 부조리를 느끼게 한다. <굴뚝 청소부 예찬>은 굴뚝청소부를 찬양하는 글 같지만 실제로는 아이 굴뚝청소부들의 비참한 현실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내는 수필이다. 굴뚝은 구조상 청소를 위해서 어른은 들어갈 수 없었던 듯싶다. 어린아이들이 그 굴뚝 속으로 들어가 청소를 한 듯하다. 램은 굴뚝의 구멍을 '지옥의 목구멍' 같다고 표현한다. 아이가 그 속으로 들어가면 그는 무척 가슴을 졸이고 몸서리를 쳤나 보다. 그 아이가 까만 귀신처럼 그 굴뚝 청소를 마치고 내뿜는 가냘픈 목소리를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 나가는 램의 모습을 본다.
찰스 램처럼 기구한 인생도 없다. 그의 나이 21세 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열 살 위인 누이 메리가 칼로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둘째 아들이었던 램은 가계를 위해 17세 때부터 소년 사환으로 들어가 회계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형은 메리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주장했지만 램은 극구 반대했기 때문에 누이는 결국 램이 맡게 되었다. 램은 누이를 돌보는데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면서 그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램은 '정답고 온순한 인상, 연약한 몸체에 훅 불면 날아갈 듯한 몸'이었지만 그 속에는 강철 같은 의지가 들어있었던 듯하다.
크라이스트 호스피털 초등부 7년밖에 공부를 하지 못한 램이었지만 그는 수재로 글 쓰는 재주가 뛰어났다. 일생 회계사무원으로 일했지만 그는 문학에 대한 열망이 일찍부터 있었다. 그는 최초로 시를 발표했지만 여러 간행물에 산문들을 연재하며 고료를 받았다. 1편에 6펜스의 고료는 그의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됐다. 그는 작고 사사로운 자기와 주변 이야기를 고아한 문체로 또 유머와 위트가 있는 글로 쓰므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누이가 발작을 일으킬 때에는 그녀가 차라리 죽었으면 싶기까지 했던 램에게 그녀가 제정신을 되찾을 때 그녀에 대한 측은함과 사랑이 몇 곱절로 증폭되었다. 그 연민의 정이 모든 사람에게 확대되어 결함과 어리석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인간애로 발전하였다.
그의 누이 메리는 발작이 나지 않을 때는 무척 이성적이고 문학적인 재능도 뛰어났다. 램과 누이는 《셰익스피어 이야기들》을 같이 썼는데 희극 편은 메리가 쓰고, 비극은 램이 썼다. 이것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문필가로 램을 인정받게 한 책이다. 램의 수필은 버지니아 울프도 그의 글에서 많이 인용하고 있다. 수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수필가가 있다면 아마 찰스 램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