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슬픈 열대

by 권민정

《슬픈 열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해가 떨어지는 모습 속에는 두 개의 명확한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태양이 건축가의 역할을 하며, 그다음에 가서는(햇빛이 직접적이지 못하고, 단지 반사광을 보내게 되는 무렵에는) 화가로 변모하는 것이다. 태양이 수평선 뒤로 사라지자마자, 햇빛은 약해지며 순간순간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도면들이 나타나게 만든다. 가득히 넘치는 햇빛은 투시도를 그리는데 방해가 될 따름이지만, 낮과 밤 사이에는 일시적인 만큼이나 환상적인 자리가 건축가에게 남겨져있다. 그리하여 어둠이 깃들이면 기막히게 채색이 된 일본장난감처럼 모든 것은 다시 굽실거린다.



일몰을 보러 다닐 때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가 일몰이라고 생각했다. 제주에 가면 서쪽 바닷가에 가서 언덕에 올라가거나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해지기를 기다리곤 했다. 코타키나발루가 세계 석양 명소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여행했다. 미국에서는 캐나다거위와 같이 꽁꽁 얼은 호수 위에서 노을을 보았다.


레비스트로스도 그랬다. 그는 텅 빈 갑판에 서서 그가 그때까지 바라다보았던 그 어느 것보다도 더 광대한 수평선 네 귀퉁이를 가로질러, 출현과 전개, 그리고 종결이 나타나는 초자연적 대변동을 매일매일 지켜보았다. 그리고 손에 수첩을 든 채 소멸하며 항상 새롭게 되는 일몰의 모습들을 적어갔다. 그는 그 순간을 열광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가 쓴 문장들이 아름다워 《슬픈 열대》가 출판된 후 공쿠르상 후보까지 올랐으나 '허구'가 아니고 논픽션이라는 이유로 수상작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떠오르는 태양보다 지는 태양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여명은 사람들에게 온도계나 기압계, 그리고 달의 모습이나 새들의 비상, 조류의 간만이 이미 가르쳐준 데다가 좀 보탬이 되는 지시를 제공해 줄 뿐이지만 일몰은 그 신비스러운 모습 속에 인간의 육체적 존재가 뒤흔들리는 것을 키우고 결합시킨다고 하였다. 또 하늘이 석양빛으로 밝아지기 시작하면 농부는 밭갈기를 멈추고, 어부는 배를 붙잡아 매며, 미개인은 빛이 사그라져가는 불가에 앉아 눈을 깜박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슬픈 열대》는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인류학자이자 구조주의 철학자인 레비스트로스가 1955년에 출간한 일종의 기행문이다. 저자는 1937년부터 1938년까지 브라질 내륙지방에 살고 있던 카투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쿠아라족, 투피-카와이브족등 원주민 사회의 문화를 관찰하고 서술했다. 이 책은 가장 원시적인 그리고 가장 자연적인 상태의 삶을 사는 네 개의 미개인 부족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심성과 사고방식, 사회 조직과 생활양식, 종교와 의례, 예술과 상징등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본질에서는 문명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문명이 야만보다 우월한 점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서구를 지배해 온 문명과 야만의 개념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책 제목이 왜 슬픈 열대 인가 하면 그의 문명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왔는데 서구 문명이 발전했다고 믿지만 그 발전이 자연과 인간공동체를 파괴했고 실제로 브라질에서 만난 원주민 사회가 이미 식민주의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파괴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몰>은 프랑스에서 브라질 산토스로 가는 배 위에서 쓴 글인데 그는 19일 동안 바다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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