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 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건 북극의 툰드라나 얼음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당신이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혹은 그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p13)
리베카 솔닛은 1961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에세이스트, 비평가, 환경 인권 현장활동가이다. 그녀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어둠 속의 희망》, 《그림자의 강》 등 많은 책을 출간했다. 《그림자의 강》으로 전미도서비평가상을 받았고,《멀고도 가까운》은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글쓰기는 여성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보이지 않던 관계와 권력을 드러내며, 개인의 기억을 역사와 연결한다. 글쓰기 특징은 설명보다 이미지가 강한데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장면 하나로 생각하게 만든다. 또 서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하여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 책을 추천한 정여울 작가는 "어떤 이야기는 사는 내내 힘들 때마다 아련한 희망의 등대가 되어 준다. 어떤 이야기는 영원히 등짝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혹처럼, 상처받은 사람의 등에 올라탄 채 그를 불운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작가 리베카 솔닛은 불행한 어머니가 자아내는 끈덕진 이야기의 실타래에 파묻혀 질식할 뻔했지만, 자신이 읽고 감동받고 사랑한 더 희망적인 이야기의 불꽃으로 그 불행의 도미노게임을 끝장내 버린다. " 리베카 솔닛의 어머니는 딸의 눈부신 금발과 글쓰기 재능까지 질투하는 어머니이다. 그러나 솔닛은 나쁜 이야기의 독소를 정화시켜 아름다운 이야기의 강물로 흘러가게 만드는 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한다.
이 책은 평생 딸을 못마땅해하고, 시기하고 불평하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후, 어머니의 집에 있던 살구나무의 살구를 모두 따서 자신의 집안에 들여놓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살구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 들을 수 없다면 스스로 찾아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거친다. 눈의 여왕이 등장하고,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고, 체게바라의 혁명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을 거치며 작가는 어머니와 화해한다. 그건 어머니와의 화해이면서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화해를 하나? 이야기가 화해의 방법일 수가 있나?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 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솔닛은 앞에서 말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의 입장이 되어보고, 어머니와 화해하게 된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경험하는 감정은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주고, 이해되지 않고, 동시에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러한 관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된다. 솔닛에게 어머니는 그런 관계였다. 솔닛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리베카 솔닛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숲 속으로 달려 들어가듯, 책 속으로 달려들어갔는데 그 속에는 이야기의 숲이 있었고, 고독이 있었고, 그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책 한 권 한 권이 다른 세상으로 이어진 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 하나를 고른다.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솔닛에게 책과 이야기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우주적 연결이라고 볼 수 있고, 그래서 그녀는 도서관을 은하수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