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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소장품전시》

현대미술소장품 / 고미술서화

by 임예흔


1. 리움미술관《소장품전시》


용산 한남동에 있는 리움미술관이 현대전시관의 전시작품을 새롭게 단장하였다 해서 이번에 다녀왔다. 40점이 넘는 한국과 서양의 근현대예술품으로 채워진 전시로서 다채롭고 생각의 깊이를 요구하였다. 구중 인상 깊었던 현대미술품 3점과 더불어 상설관 고미술 중에서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는 조선 서화 2점을 알아보려 한다.


Screenshot 2025-05-02 at 16.14.40.JPG 리움미술관《현대미술 소장품전》포스터


〈전시서문〉


한국 근현대미술부터 아시아와 서구 현대미술까지 국제 미술의 흐름을 아우르는 리움미술관의 현대미술 소장품은 문화예술 발전을 향한 삼성문화재단의 오랜 신념과 열정의 결실입니다. 2025년,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 소장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익히 알려진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들보다는 그동안 전시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또한 최근 미술관에 소장된 신수품도 함께 소개되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예술적 대화를 더욱 다채롭게 만듭니다. 전시는 연대기적 혹은 주제별 구성보다 작품 간의 시각적 혹은 개념적 병치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들 사이에서 또 다른 관계를 발견하고 다층적이며 비선형적 예술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전시를 여는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얀 보의 〈우리 국민은〉은 근현대를 잇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마크 로스코와 장욱진 회화의 이색적 만남을 시작으로 리움 개관 이래 처음 공개되는 솔 르윗, 리처드 디콘, 칼 안드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현대미술 거장의 주요 작품, 루이즈 네벨슨, 한네 다보벤, 리 본테큐 등 최근 새롭게 소장된 작품, 이우환, 김종영의 대표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리움 소장품의 예술적 깊이와 넓이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합니다. 아울러, 건축적으로 변화를 준 M2의 전시 공간은 관람객에게 공간과 작품을 새롭게 탐색하게 하는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리움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과 변화를 현재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이번 전시가 작품의 시대적 맥락과 예술의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리움미술관



2. 현대미술 소장품.


가장 먼저 들어오는 작품은 입구 초입에 있는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다. 로랭의 조각 중에서 《칼레의 시민》은 14점 정도밖에 없으며, 16년 만에 공개하는 조작품이다. 로댕은 인물상 조각의 사실적인 형태구조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고뇌를 섬세하게 나타내었다.


KakaoTalk_20250502_151238722.jpg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 1996년 주조 / 리움미술관


특히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인간의 숭고한 희생과 다층적인 감정을 극적으로 형상화한 걸작으로 14세기 백년전쟁 중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목숨을 걸었던 여섯 시민의 용기를 기념하고자 제작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ility Obliges)’라는 말이 이 여섯 시민의 행동에서 파생되듯 로랭 역시 인간의 숭고함을 조각으로 빚은 것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1960년 / 리움미술관

로댕의 조각만큼이나 조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알베트로 자코메티이다. 자코메티의 조각은 현대미술 전시관 메인에 자리잡고 있으며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가 눈앞에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


자코메티는 로댕의 조수였던 앙투앙 부르델의 밑에서 조각을 시작하여 초현실주의와 실존적인 철학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래서 자코메티는 근현대 실존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 조각가로 인용되며 그는 인간의 본질은 육체가 아닌 의식이 있는 정신성에 있다고 보았다.


자코메티는 조각한 작품을 통해서 '의식으로서의 인간 존재'를 구현하는 등, 불필요한 조각의 양감, 비례, 세부적인 묘사를 과감히 제거하고 오롯이 뼈대만 드러난 긴 인간의 형상만을 고집하였다.


인간이 가진 내면의 사실적인 면을 조각하는 것은 로댕의 예술성과 비슷해 보이지만, 확고한 내면성에서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은 가늘고 길게 뻗은 형태로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고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전후 시대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마크 로스코의 《무제》1968년 / 리움미술관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현대미술 작품은 마크 로스코의 1968년에 제작된 《무제》이다.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지만,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일수록 그의 작품에 매료된다고 한다. 이는 작품의 짙은 색감이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며 반면, 불쾌감을 느끼는 관람객도 있다고 한다. 감정의 침잠이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무거운 감정의 잔상이 떠오르기 때문일 수 있다.


예술은 때로 숭고함과 불쾌함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숭고함과 불쾌함은 반대로 절대로 가볍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색감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하여도 전혀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부터 색감이 어둡거나 물감의 질감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는 숭고미와 명상적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게 하려는 의도로 이전 시기의 작품보다 침울함과 비장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캔버스에 노란색 물감을 다층적으로 사용하였다. 중앙의 노란색은 상대적으로 명도가 높지만, 바탕의 노란색이 두껍고 채도가 낮아 중앙의 노란색이 부분적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효과를 연출시켰다.


더불어, 두껍고 거친 질감으로 인해 밝은 색감의 효과보다는 감정의 하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3. 고미술_서화.


고미술 부분에서는 서화로 최북의 산수화인《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와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작품이 눈에 띄었다. 특히 김홍도의 군선도 작품은 크기가 압도적이며 족자로 되어있어 동양 특유의 울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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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18세기 / 리움미술관(좌) / 소전 손재형 기록사진 (우)


김홍도는 흔히 우리가 알기로 풍속화가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산수, 영모, 화조 특히 젊은 시절에는 신선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로 유명했다. 그중에서 젊은 시절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은 걸작이 바로 《군선도(群仙圖)》다. 그가 남긴 신선 그림 중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군선도(群仙圖)》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왕모가 주최한 연회에 초대를 받아 곤륜산(崑崙山) 요지(瑤池)를 건너가는 신선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비록 요지라는 바다의 배경은 생략되어 있지만, 신선들이 기이한 모습으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신선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하나 꼼꼼하지만, 의복과 형태는 힘찬 붓질로 거침없이 그렸다. 김홍도라는 인물이 가진 젊은 시절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저 그림은 병풍으로 제작된 그림이지만, 소전 손재형의 소장품에서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다시 족자 형태로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풍보단 족자가 보존과 보관상 쉽다고 하지만, 원래 병풍이었으면 또 어떤 멋을 보여주었을지 깊은 생각을 준다.


KakaoTalk_20250502_194059048.jpg 최북의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18세기 / 리움미술관


조선 후기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단원 김홍도 등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화가였던 호생관 최북(1712~1786)은 당대 유행하던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의 기법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하였다.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는 그의 산수 중에서 가장 걸작으로 손을 꽂는 작품으로 그림은 깊은 산중의 고즈넉한 정자를 묘사한 산수화다.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는 최북 특유의 거칠면서도 자유로운 필치가 돋보이는 산수화다. 그림은 정자 좌측의 암벽과 폭포는 먹과 청색을 혼합하여 과감한 필선(筆線)으로 표현되었으며, 그림 상단에 '빈산에 사람 없고, 물 흐르니 꽃이 피네(空山無人, 水流花開)'라 제발(題跋)을 써내렸다. 이는 송대 시인 소식의 시를 인용한 것으로 산수화가 가진 자연이라는 대적인 미학(美學)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의 산수 중에서 가장 걸작이라 평가받아도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4. 마무리.


리움미술관의 《현대미술소장품》 전시는 대략 40점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비록 3점밖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내년까지 전시를 진행한다고 하니 천천히 눈으로 감상하기에 좋은 작품들이다. 고미술 전시 역시 리움이라는 명성답게 국보와 보물급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현대미술의 파격적인 인상을 보고 난 후 고미술의 잔잔한 미감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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