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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론 뮤익 기획전시>

by 임예흔


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론 뮤익》.


이번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아시아 최대의 론 뮤익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론 뮤익은 조각으로 인체의 세밀한 섬세함에 반응하여 몰입감 있는 극사실주의를 활용한다. 극사실성에서 나타난 묘사는 놀라움과 불쾌함, 고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을 시켜준다.


KakaoTalk_20250508_170023785_01.png 국립현대미술관 《Ron Mueck(론 뮤익)》포스터


〈전시서문〉


국립현대미술관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2025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국 최초로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1958년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론 뮤익은 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대 인물 조각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의 작품은 신비로우면서도 극도로 생생하여 현실에 강렬한 존재감을 부여하며, 우리가 몸과 시간, 존재와의 관계를 직시하게 유도한다.


뮤익은 기억, 몽상,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연민을 담아 대상을 놀라운 크기로 표현한다. 30년에 걸쳐 완성된 그의 작품은 총 48점으로, 극도의 기술적 완성도와 정교한 예술적 표현이 조화를 이룬다.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재료를 활용해 정밀하게 조각된 작품들은 크기의 세심한 조정과 함께 해부학적 디테일, 머리카락, 옷차림까지 정교하게 묘사할 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 또한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인 기념비적 설치작품 ‹매스›(2016–2017)를 중심으로, 작가의 초기 대표작인 ‹젊은 연인›(2013)과 ‹쇼핑하는 여인›(2013) 같은 독립적이거나 한 쌍으로 이루어진 인물상, 그리고 초기 조각의 요소를 재해석해 관객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최신 작업을 소개한다.


프랑스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고티에 드블롱드의 영화 두 편과 사진 연작도 포함되어 있다. 갤러리 6에서는 드블롱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론 뮤익의 스튜디오와 작업 환경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25년 이상 뮤익의 작업 과정을 기록해 온 드블롱드의 작업은, 조각이 스스로 드러나게 두고 본인은 배경으로 머물기를 선호하는 예술가를 담은 희귀하고 친밀한 기록이다.


이번 전시는 론 뮤익이 조각이라는 매체의 연구와 장르적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은 물론, 그의 예술적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현대 조각의 변화와 흐름을 이끌며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철학적 사유를 일깨워 준 그의 조각 여정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국립현대미술관



2. 론 뮤익 / 〈마스크 II〉.


론 뮤익은 일상의 기억, 몽상,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공감을 표현하여 대상을 압도적인 크기로 형상화하였다. 30년간의 작업으로 탄생한 48점의 작품들은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표현의 정교함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 전통 기법과 현대적 재료의 세련된 조합으로 제작된 조각들은 크기의 미세한 조절과 해부학적 정확성, 섬세한 묘사(머리카락, 의복 등)를 통해 인간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KakaoTalk_20250508_154729456_08.jpg 론 뮤익의〈마스크 II〉/ 2002


론 뮤익의 〈마스크 II 〉는 그를 대표하는 조각작품이다. 작품은 비현실적인 크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섬세한 조각과 채색 기법이 돋보인다. 원거리에서 보면 얼굴만 있는 상태이지만, 수면 중인 인간의 단편적인 형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가까이서 관찰할수록 놀라운 섬세함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그 섬세함이 지나쳐 사실적인 밀도를 보여주기에 놀라움과 함께 다소 부담스러움도 느껴진다. 이처럼, 〈마스크 II〉는 관람 거리에 따라 수면 상태에서 사색에 잠긴 인간의 모습으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3. 론 뮤익 / 〈치킨 / 맨〉.


본 전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책상에 앉은 노인의 모습은 마치 실제 고령의 노인이 닭을 응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노인의 역동적인 자세는 닭에게 어떤 행위를 하려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인물의 생동감 있는 표현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론 뮤익의 〈치킨 /맨〉/ 2019

책상은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이지만, 노인과 비교하면 의외로 크게 느껴지는 시각적 착시를 유발합니다. 노인의 피부, 머리카락, 의복 등 세밀한 묘사는 고령의 노인임을 실감이 나게 표현하였다.


닭은 노인과 비교하면 섬세함이 다소 덜한 편이지만, 정제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노인의 역동적인 자세와 달리 닭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노년의 시각으로 닭을 재해석하면 새로운 관점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인지되는 대상이 바로 닭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론 뮤익은 우리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처럼, 노인 또한 닭의 형태를 실제로 인지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시각에서는 노인의 존재가 사실적이지만 닭은 그렇지 않으나, 노인의 시각에서는 닭이 우리가 노인을 보는 것처럼 현실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각은 변하지만, 형태라는 본질은 변치 않는다는 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4. 론 뮤익 〈침대에서〉.


론 뮤익의 대표작으로 〈마스크II〉를 꼽을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 〈침대에서〉는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침대에서〉는 작품 제목처럼 실제와 흡사한 책상에 여성이 반쯤 기대 누워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론 뮤익 〈침대에서〉 / 2005

세밀한 조각 기법으로 침대의 결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누워있는 인문의 모습 또한 실제 인물과 같은 극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이다.


조각 속 인물의 시선을 따라 가까이 다가가면, 사색에 잠기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치 고요한 호숫가를 거니는 듯, 평온하면서도 심오한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시선의 흐름에 이끌리면서 어딘가에 소속되는 듯한 감정적 동질감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실제 물체보다 큰 크기로 인해 위압감과 놀라움을 동시에 선사하지만, 다시 인물의 시선과 마주하면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감돕다.


〈마스크 II 〉와 〈치킨 /맨〉이 단상적인 표면을 통하여 사실적인 감흥을 느끼게 해준다면. 〈침대에서〉는 멀리서 느껴지는 사색이 가까이 갈수록 선명하게 다가오는 듯한 사실감을 준다. 앞서 본 작품들은 개인의 단상이라면, 〈침대에서〉는 군중의 심리와 더불어 생각의 깊이를 더 요구하는 것 같다.





5. 론 뮤믹 〈매스〉.


대형 해골 조형물들이 언덕 위에 자리하여 공간을 장엄하게 채우고 있다. 예술사의 관점에서 해골은 삶과 죽음의 대비, 종교적 경외심을 상징하는 도구이다. 고고학적으로는 인류의 진화와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근현대사의 맥락에서는 비극적 사건과 삶과 죽음의 사회적 단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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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매스〉 / 2016-2017


이처럼 해골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니지만, 공통으로 죽음이라는 본질적 의미를 내포한다. 론 뮤익은 수많은 거대한 해골 조형물을 통해 관람객에게 인간 존재의 위대함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6. 마무리.


이번에 개최된 론 뮤익의 전시는 신비롭고 생생한 표현으로 현실의 강렬한 존재감을 부각하게 시킨다. 더불어, 관람객에게 몸, 시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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