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이(不二)―깨달음과 아름다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불이(不二) ― 깨달음과 아름다움》

by 임예흔



1.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불이(不二)―깨달음과 아름다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불교의 핵심 교리인 불이(不二)를 주제로 한 전시를 개최하였다. 본 전시는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약 70여 점의 불교미술 및 불교적 의미를 담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려 불화와 불상, 고려청자는 물론 근현대 조각, 회화, 현대미술 등 다채롭고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70여 점의 작품 중 고미술 및 근대미술 작품 몇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KakaoTalk_20250612_162412137.jpg


<전시서문>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초파일(初八日)을 맞이하여 《불이(不二) ― 깨달음과 아름다움》을 2025년 4월 30일부터 2025년 6월 29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공동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불교 교리의 핵심인 불이(不二) 사상을 기반으로 한국 불교 미술의 정수를 모아 재조명하려는 의도에 따라 마련되었다. 시각 예술은 오랜 시간 불교의 최고 가치인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역할을 해왔다.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깨달음과 아름다움이라는 명제 아래, 고대에서 동시대에 이르는 작품 총 70여점을 일괄함으로써 진리를 향한 예술적 실천이 시대에 따라, 혹은 개인의 독특한 조형 언어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이어져 오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가나아트센터



2. 불교회화/ <고려와 조선>.


불교의 회화 전성기는 고려시대라 할 수 있으며, 고려청자와 더불어 고려불화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불교의 유산이다. 전시에서는 14세기 전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관음·지장보살병립도(觀音地藏菩薩圖)>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두 점의 고려 불화를 선보였다. <관음·지장보살병립도(觀音地藏菩薩圖)>는 2008년 존재가 확인된 이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섬세한 먹선으로 윤곽을 표현한 희귀한 불화이다.


KakaoTalk_20250612_162412137_02.jpg
KakaoTalk_20250612_162412137_03.jpg
(좌)<관음·지장보살병립도>(고려 14세기 후반,견본채색) / (우)<수월관음도>(고려 14세기, 견본채색)


<관음·지장보살병립도(觀音地藏菩薩圖)>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병립으로 묘사한 불화로, 중국 당대부터 그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은 중생과 가장 밀접한 두 보살로서, 현세와 내세의 구제라는 공덕을 지니고 있기에, 두 보살을 함께 봉안한 신앙적 배경에는 중생의 현세와 내세 구제의 공덕을 증대하고자 하는 목적성을 가진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달빛 아래 수변의 바위에 반가좌(半跏坐)로 앉은 관음보살이 중생에게 불법(佛法)을 설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동아시아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고려불화의 대표작이자 정형으로 본다.


고려가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것과 달리, 조선은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건국되었다. 따라서 숭불정책(崇佛政策)으로 불교의 세력이 약화하였으나,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았다. 조선 건국자인 태조 이성계(太祖, 1335~1408) 또한 불교에 대한 신뢰를 보였으며, 정종, 태종, 세종, 세조 역시 불교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KakaoTalk_20250612_162412137_07.jpg 문정왕후 발원 <영산회상도>(1560, 견본채색)


특히, 조선 불교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문정왕후(文定王后 尹氏, 1501~1565)이다. 중종(1488~1544)의 세 번째 계비였던 문정왕후는 당대 최고의 권력을 지닌 여성이었으며, 불교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양주 회암사 중수와 함께 불화를 조성하였다.


본 전시의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는 문정왕후의 회암사 중수 및 불사 기념 발원 불화로, 조선왕실의 불사 참여 사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본 그림은 석가모니불의 설법 장면을 중심으로 보살, 제자, 호법신 등을 배치하여 불교 교리의 핵심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왕실의 번영과 위엄을 기원하는 발원 불화로 해석할 수 있다.




3. 조각상 / <근대와 헌대>.


근대조각은 고미술 회화에 버금가는 신선함을 선사하였으며, 특히 최종태 작가의 <관세음보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종태 조각가는 30대 초반 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접하고 동양적 정신성을 구현하는 조각을 제작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KakaoTalk_20250612_162412137_09.jpg
KakaoTalk_20250612_162412137_08.jpg
(좌) 최종태의 <관세음보살>(1999) / (우) 권진규의 <춘엽니>(비구니, 1960)


그는 불교를 비롯한 동양적 정신 세계를 탐구하며 다수의 불교 조각상을 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구의 마리아와 예수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작하였는데, 여기서도 동양적 정신성의 개념을 차용하여 여러 성모마리아상과 예수상을 탄생시켰다. 이는 동서양 종교적 관념을 초월하여 종교의 숭고한 아우라를 끌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관세음보살> 조각상 역시 종교라는 숭고함이 느껴진다.


권진규(權鎭圭, 1922~1973)는 최종태 조각가와 더불어 한국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이다. 그는 인간 정신의 근원을 탐구하며, 초월적인 정신적 경지를 조각으로 표현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의 인물을 형상한 조각들은 주로 지인들을 모델로 제작되었으나, <춘엽니(비구니)>는 예외적으로 여러 추론이 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소설 속 인물을 소재로 했다는 설과, 어머니의 이름 '춘'과 당대 유명 비구니이자 문인인 김일엽(金一葉, 1896~1971)의 '엽'을 합쳐 제3의 인물을 형상화했다는 설 등 다양한 추론과 일화가 공존한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 속에서 <춘엽니(비구니)>는 비구니의 고독과 초월적인 경지에 이른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4. 마무리.


본 전시는 이당 김은호의 <승무>, 내고 박생광의 <열반>, 박대성 화백의 <부처바위> 등 근현대 전통회화 작품들을 포함하며, 이왈종, 하인두, 마리킴 등 현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회화 작품들도 함께 선보였다.


비록, 고미술 회화와 근현대 조각으로 전시 감상문은 마무리되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다른 작품들도 관람하길 권장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