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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넘버 수평선

by 조르바

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의 등을 보니 불현듯 노래 하나가 생각이 났다.


브런치 스토리를 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작가의 글을 만나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 밴드 '백넘버'의 '수평선'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이 곡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발표되었다. 팬데믹으로 전국고등학교종합체육대회(일명 '인터하이')가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되자 상실감에 빠진 학생들을 위해 밴드가 남긴 위로의 노래였다.

아, 위로라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했다.

'선배로서, 또는 어른으로서 해줄 멋없는 대사들을 고민해 보았지만, 우리는 그저 밴드이기에 위로도 격려도 아닌 음악을 여기에 두겠습니다. '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헌시로 알게 된 이 노래를 아이의 학교 생활을 위한 헌시로 이어주고 싶다.

'자신의 등은 보이지 않는 거니까, 부끄러워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봐도 돼.'

알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은 물어보길 바란다. 지금처럼만 물어봤으면 한다. 아빠 너무 힘들다.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일도, 눈에 익는 것도 없는 오늘도, 잡음과 발소리 속에서 나는 여기 있다고 외치고 있어.'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 거야. 가방을 메기 시작했으니 학창 시절을 고등학생 때까지 길게 본다면, 일상이 반복된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을 거야. 반복되는 일상에서, 세상이 정하고 다른 사람들이 따르는 틀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너는 너를 잃게 될 거야.

'버텨야 할 이유를 찾으며, 몇 번이고 답을 껴안아가며 고민해서, 당신은 자기 자신을 알게 되겠지.'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야. 교육은 그 과정 안에 있어야 하고. 아빠도 아빠를 잘 몰라. 서윤이가 너를 알아가는 과정에 아빠가 훼방꾼이 되지는 않을게.

많이 도전해 보고 부딪히고 쓰러져보길 바래.

'다른 사람이 아픔을 느꼈을 때는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함성과 박수 속에 누군가의 비명이 숨겨져 있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 조금 길지만 앞부분을 모두 소개할게.

공교롭게도 8살이야.

'여덟 살 때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주산학원의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맹렬한 기세여서,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현관 처마 아래 모여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도로 맞은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 그 처마 아래에서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선 사람들과 건너편의 저 모든 사람들이 '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저 비를 보듯 저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를 보고 있다. 내가 얼굴에 느끼는 습기를 저들도 감각하고 있다. 그건 수많은 일인칭들을 경험한 경이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따대고 감히 얘기하자면...

너는 특별한 존재지만 특별하지 않은 존재이기도 해. 선생님의 시선이 다른 친구들보다 너에게 1초만 더 머물러 있어도 너는 너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게 될 거야. 그런 인식이 더하기 빼기를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하는 쪽으로 이끈다면 다행이지만, 우쭐함과 교만으로 이어진다면 경계해야 돼. 딱 그만큼 열등감을 느끼게 될 거야. 한강 작가의 말처럼 모두가 1인칭으로 세상을 살아간단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모두가 서윤이만큼 소중한 존재들이야. 함성과 박수 속의 비명은 서윤이도 지를 수 있는 거야. 다른 친구들이 아픔을 느꼈을 때는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은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으니까, 보이는 것보다 소중하게 해도 괜찮아.'


서윤이는 등 긁어주는 것을 좋아하잖아. 서윤이의 손이 닿지 않는 일은 아빠의 도움을 구해도 돼. 이런 과정은 필요하겠지.

'여기? 아니 위에, 좀 더 위에, 옆에, 아니 그쪽 옆에 말고, 어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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