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모네의 바다

클로드 모네 <생타드레스 해변> 1867

by H Y


클로드 모네 <생타드레스 해변>

1867 oil on canvas

시카고미술관



생타드레스 해변은 고요한 자연이 아니다. 그 곳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풍경이 되고, 삶의 궤적이 묻어나는 무대가 된다. 산책하는 인물들이 있고 바다는 무심한 듯 찬란하게 빛을 반사한다.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의 배와 옷을 차려입고 바다를 관조하는 부르주아들이 공존하고 있다. 모네는 그곳에서 화가의 눈에 비친 진짜 세상을 그려냈던 것 같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생타드레스, 서른 살의 젊은 모네가 삶의 벼랑 끝에서 도망치듯 돌아온 곳이다. 인상주의라는 이름이 세상을 뒤흔들기 전, 그는 이곳에서 화가로서의 야망과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 사이를 위태롭게 걷고 있었다. 주머니엔 물감을 살 돈조차 없었고, 마음은 비참함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캔버스에 옮긴 생타드레스의 바다는 지독하리만치 눈부시다.


도저히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순간에도, 그가 보여주는 생타드레스의 바다는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찰나의 아름다움과도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