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인간보다 먼저 진화하는가...

질문하는 하루 시즌0 : 16편

by 지문
인간과 스마트시티.png

국토교통부가 향후 5년간 전국 주요 도시에 ‘스마트 시티’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시의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고, 인공지능으로 교통과 에너지를 관리하며, 시민의 편의와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시는 이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네트워크가 되어가고 있다.

도로 위의 신호등, 지하의 배수 시스템, 아파트의 에너지 제어판까지 하나의 거대한 두뇌 속으로 통합된다.

기술은 인간을 돕는 도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기술의 질서에 맞춰 살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시를 설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도시가 우리를 재구성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는 효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통제를 강화한다.

도시의 모든 움직임이 기록되고 분석될 때, 개인은 더 편리해지는 대신 더 투명해진다.

보이지 않는 감시와 최적화의 구조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조절하는 존재가 된다.

교통 체증은 줄어들지만, 자유의 공간도 함께 줄어든다.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도시의 ‘스마트함’이 인간의 ‘자율성’을 잠식할 때, 편리함은 서서히 종속으로 바뀐다.

도시는 더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더 관리되기 쉬운 존재가 된다.


그러나 기술의 문제는 결국 인간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도시의 목적은 편리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사유여야 한다.

스마트 시티는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지만, 그 진보가 인간의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이 신호를 제어하고 센서가 공기를 측정해도,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도시는 여전히 미성숙하다.

문제는 얼마나 효율적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인간적인가이다.

도시는 기술로 발전하지만, 인간은 관계로 성장한다.

진짜 스마트한 도시는 데이터를 통제하는 도시가 아니라,

인간의 질문을 기록하는 도시일지도 모른다.


지문의 질문 : 도시는 인간의 삶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대신, 인간의 감정을 단순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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