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땡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이별을 준비한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

by 지문

땡이는 원래 생기발랄한 아이였다.

산책하자고 하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나를 이끌듯 줄을 당기곤 했다.

그 작고 단단한 몸으로,

거리에 있는 새를 보면 가끔은 쫓아가다

내가 놀라 소리치면 멈추고 나를 돌아보던 모습.

양배추도 좋아하고, 브로콜리도 좋아하고,

식탁 근처에만 가면 눈망울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던 건,

식구가 돌아오는 소리였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서 꼬리를 흔들었다.

마치 “이제야 오늘이 완성됐어”라는 듯이.

그렇게 하루 종일,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였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산책하자고 말해도,

그 밝은 눈 대신 조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꿈벅, 꿈벅, 아무 말 없이.

쓰다듬어주면

겨우 꼬리를 한 번 흔든다.

예전처럼 힘차지 않지만,

그 작은 반응 안에도

사랑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지금 땡이는

많이 지쳐있다.

잠이 많아졌고, 깊은 숨을 쉬며 하루를 대부분 누워 지낸다.

아마, 이별이 가까워졌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더 조심스럽게 붙잡아본다.

더 오래 쓰다듬고,

더 자주 이름을 불러주고,

땡이에게 좋았던 것들을 천천히 다시 꺼내본다.

양배추 몇 조각, 브로콜리, 간식들

햇살드는 공원

내 마음 안에 있는 수많은 산책길.


이별을 준비하는 건

미리 슬퍼하려는 게 아니다.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

조금 더 오래 머무는 눈빛을 나누는 일이다.


땡이야,

너는 평생을 기다려줬지.

이제는 내가 기다릴게.

네가 편안히 눈을 감고 떠날 수 있는 그날까지

내가 너를 가장 따뜻하게 기억해줄게.

그리고 그 후에도,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