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2병에 걸리기까지

by 공책

중학교 1학년이었는지, 2학년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무렵 나는 수학과 과학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전과목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입시 학원을 다니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학원 전략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 학원에서 나는 처음으로 물리를 배웠다. 이전에도 과학을 배우긴 했지만, 그때처럼 역학을 본격적으로 깊게 배운 건 처음이었다. 중력, 마찰력, 힘, 속도, 가속도 같은 개념들을 한 줄씩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세상을 설명하는지를 알게 된 시기였다.


너무 신기했다.


물건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중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두 물체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힘에도 공식이 있고, 그마저도 설명이 된다는 게.


특히 놀이공원은 마치 역학 원리의 전시장이었다.


구심력, 가속도, 운동 에너지, 중력 — 내가 배운 수식들이 롤러코스터와 회전 놀이기구에 전시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시키는 공부만 하던 착실한 아이에서

‘왜 이래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는 아이가 되었고,

곧 ‘세상엔 원리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 시절 나는 조용히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극히 과학적이면서도 지극히 사적인,


아주 완벽한 ‘중2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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