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을 거다. 그 시절,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고 나면 함께 산책을 나가곤 했다. 그날도 평범한 여름날처럼 가족 모두가 산책길에 나섰다.
나는 아빠와 함께 걸었고, 엄마와 동생은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집 근처에는 작은 하천이 있었는데, 평소엔 바짝 말라 있던 그곳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며칠 동안 비가 많이 내려 하천의 수위가 크게 불었고, 그 물이 콸콸 흐르는 모습은 내 눈에는 그야말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언제나 마르고 고요하던 하천에 갑자기 이렇게나 많은 물이 흐르다니. 나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문득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나 저기 걸어가보고 싶어.”
하천의 물살은 꽤 강했지만, 아빠는 “그래, 그러자,” 하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손을 꼭 잡은 채, 물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신기했다. 언제는 텅 빈 바닥만 드러나 있던 그곳에, 이제는 시원한 물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내 발과 다리 사이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바닥을 응시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디뎠다.
그 순간, 우리를 따라오던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 대체 뭐 하는 거예요?”
“아기, 잘 잡고 있어!”
“애기 놓치면 큰일나!”
초등학생이었던 나를 아기라고 부르며 불안해하던 엄마의 목소리. 평소엔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던 엄마였는데, 뭔가 다급한 상황이 닥치면 꼭 그렇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나는 어린이인데 왜 아기라고 하지?' 하고 생각했다.
아빠는 내 어깨와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단단히 잡고 있어.”
그렇게 우리는 하천을 무사히 건넜고,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이제 다시 돌아가자.”
그래서 우리는 또 한 번 그 물살을 똑 같은 방식으로 걸어서 가로질러 되돌아왔다.
그땐 왜 엄마가 그렇게 다급했는지 몰랐지만, 그 물살 속의 나는 정말 아기 같았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느낌이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계절이 바뀌면서 하천의 모습과 물의 성질이 변하던 그 신기했던 풍경. 겨울 내내 바짝 말라 있었던 물줄기가 계절이 바뀐 후에 시원하고 힘차게 흐르며 내 다리와 발을 감싸고 지나가던 감촉. 그리고 걱정스런 엄마의 목소리, 무모한 내 요구에도 웃으며 손을 잡아준 아빠의 따뜻한 모험심까지.
그날의 여름 저녁은, 나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