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은 필수가 아니다

by 공책

미국 취업과 관련해 흔히 듣는 오해들이 있다. “미국에서 일하려면 인맥이 있어야 한다”, “네트워킹은 필수다”, “내성적인 사람은 커리어를 시작하기 어렵다” 등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말이 널리 퍼졌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네트워킹을 통해 회사에 입사한 적이 없다. 물론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몇몇 자리에 추천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입사한 회사들은 모두 내가 스스로 찾아 온라인 지원을 하고 모든 단계를 밟아 합격한 곳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누구의 도움도 아닌 내 힘으로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았다는 자부심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네트워킹이 필수’라는 인식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아마도 미국 기업의 추천(Referral) 문화에서 시작된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내부 직원이 아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공정성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직원이 지인을 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추천을 받으면 인터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같은 문화가 확대되면서 ‘미국 취업 = 네트워킹 필수’라는 오해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혹은 네트워킹이 특히 중요한 일부 분야의 경험이 전체 산업으로 일반화된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범위의 미국 이공계 채용에서는 네트워킹이 필수 조건이 아니다. 내가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지인이 있고, 그 지인의 추천이 있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없다고 해서 불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추천이 있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채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회사는 결국 자사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원한다. 지원자가 회사 내부에 아는 사람이 있든 없든, 필요한 실력을 갖춘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차차 이 브런치북에서 그 자세한 과정을 설명해 가겠지만, 미국의 대부분의 기업은 엔지니어의 역량과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 그러니 “추천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 “네트워킹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에 휩쓸리기보다는, 스스로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준비와 자기 표현 능력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네트워킹보다 강력한 것은 결국 증명 가능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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