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에서 이공계 분야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산업계에 취업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국에서 석사를 하고 취업하는 길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루트다.
첫째,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에서 STEM(이공계)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는 최대 3년간 취업 비자 없이도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기간이 주어진다. 이 3년 동안은 취업비자가 없어도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그 사이에 H-1B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준비하는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둘째, 미국의 석사과정은 논문 없이도 졸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석사학위라도 논문이 필수인 경우가 많아 연구에 관심이 없으면 과정이 고역일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학교에 따라 논문 작성이 필수인 과정과 수업만으로 졸업 가능한 과정이 나뉜다. 만약 연구보다는 실무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논문이 필요 없는 과정을 제공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다.
셋째, 학위 기간이 짧다. 박사학위는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고, 학생에 따라 3년 만에 끝내는 경우도 있지만 7~8년이 걸리기도 한다. 반면 석사 과정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마칠 수 있다. 특히 논문이 없는 과정이라면 정해진 수업만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학위를 마치고 빠르게 산업계로 진출할 수 있다.
짧은 학위 기간과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 덕분에, 이미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석사 과정이 미국으로의 현실적인 진출 경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 커리어의 진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싶을 때 좋은 경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공계 석사를 통해 데이터 분석 등 이공계적 기술을 더해 이전 경력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길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큰 단점은 높은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다.
한국의 석사 과정은 장학금이나 생활비 지원이 비교적 잘 되어 있지만, 미국의 석사 과정은 대부분 비용을 학생이 직접 충당해야 한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수업 조교(TA)나 연구 조교(RA) 자리를 얻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런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장학금을 못 받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예산을 세우는 게 현실적이다.
학교마다 학비와 생활비의 차이도 매우 크다. 한국에서는 학교 간, 지역 간 비용 차이가 크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대학별로 학비가 크게 차이가 나고 대학이 위치한 주와 도시의 물가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자신이 진학을 고려하는 학교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상 비용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두 번째 단점은 비자 안정성이다.
박사 학위자와 달리 석사 졸업자는 영주권 신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석사 후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문제없이 얻어 미국에 정착한다. 하지만 운에 따라 비자 추첨에서 탈락하거나 절차가 생각대로 안 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미국도 한국도 아닌 제3국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거나, 박사 과정을 시작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박사학위자는 NIW나 O-1 등 다양한 경로로 비자와 영주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에 상대적으로 비자나 영주권 문제에 있어서 조금 더 안정적이다.
종합하자면, 미국 석사 과정의 가장 큰 매력은 짧은 기간 내 학위를 마치고, 연구 대신 실무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다른 나라나 한국에서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커리어 전환 또는 확장형 진출 경로로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다.
단, 이 길은 입학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석사 과정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학교가 8월에 개강하면 몇 달 지나 여름방학 인턴 모집이 바로 시작된다. 학위 취득 후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입학 전부터 관련 전공 공부를 충분히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하면 인턴십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일부 사람들은 인턴을 낮은 직급으로 생각해 꺼리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인턴십이 테스트 기간과 비슷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정규직을 검증하는 과정이며, 실제로 인턴 후 정규직으로 채용될 때는 이전 직장 경력을 인정받아 높은 포지션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석사 과정은 입학 순간부터 취업 모드다. 빠른 일정 속에서도 학업과 인턴 활동, 취업 준비 등을 병행해야 하므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입학 전 미리 전공 기초를 다지고, 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빠르게 리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 산업계에 진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