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한국이나 제3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경로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반드시 학위를 받아야만 미국에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미국 내 학위가 없는 경우 비자 발급과 체류 자격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내 학위가 있는 사람은 졸업 후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산업계에 안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등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용주가 후원하는 취업 비자를 받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H-1B 비자이며, 예술·과학·비즈니스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O-1 비자도 가능하다. O-1 비자는 경력·연구 성과·수상 경력·추천서 등을 근거로 능력을 증명해야 하므로 승인 요건이 까다롭다. 그러나 박사학위나 탁월한 연구 업적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
둘째는 개인이 직접 영주권을 신청하는 방법이다. 흔히 NIW(National Interest Waiver) 라고 부르는 고급 인재 영주권 제도는, 미국 정부가 "이민자의 활동이 국가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고용주의 후원 없이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특정 전공에 제한은 없지만, STEM(이공계) 분야의 연구 성과, 논문, 특허, 수상 경력 등을 종합해 평가받는다. NIW 신청은 미국 내 거주자뿐 아니라 해외 거주자도 진행할 수 있으며, 승인 시 독립적으로 영주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구체적인 절차나 요건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민 전문 변호사와 직접 상담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정확하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NIW 전문 변호사나 수임 사례, 비용, 승인 사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스펙 기준표’는 오해의 여지가 있으므로, 자신의 연구 실적과 경력을 실제로 검토해줄 수 있는 변호사에게 상담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개인적인 조언을 덧붙이자면, 미국 학위가 없어도 엔지니어로서 미국 진출을 원한다면 국내에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 연구 실적을 꾸준히 쌓아 일찍부터 NIW 같은 자격요건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국 회사의 스폰서(O-1이나 H-1B)를 기다리는 전략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고용주의 니즈와 비자 추첨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영주권을 준비하는 편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다만 NIW처럼 개인 신청을 통한 영주권은 승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진행 기간은 개인의 상황·출신국 쿼터·신청 시기 등에 따라 다르며, 구체적인 일정은 이민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을 기다리는 동안 미국 내에서 포스트닥(Post-Doctoral Researcher) 으로 근무하면서 영주권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 방법은 미국 현지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포닥 경험이 산업계보다는 학계 중심의 커리어여서 기업 지원 시 실무 경험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연구 중심 포닥을 하더라도 산업계 진출을 염두에 둔 병행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른 선택지는 한국에서 기업을 다니면서 NIW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무 경험을 쌓고 연구 실적을 쌓는 동시에, 미국 진출을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최근 한국 기업들이 핵심 기술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퇴사 후 해외 기업 이직 시 계약 위반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비슷한 업종으로 바로 옮길 경우 법적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업종을 다르게 전환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반드시 미국 학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자와 영주권 절차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연구 실적과 커리어를 근거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영주권 신청 절차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그 문턱만 넘기면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보다 철저한 준비 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