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구절 다섯 가지
1. 스몰 스텝 전략이 우리 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만드는 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2.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창의성과 성공은 가로막히고 변화는 멀어진다. 변화에 대한 이런 두려움은 인간의 뇌에 뿌리를 두고 있다.
3. 어떤 것에 관심을 기울일수록, 더 많은 꿈을 꿀수록 더 많은 두려움이 솟아난다
4. 뇌는 이와 같은 두려움에 반응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급등시키고 목표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를 차단시킨다
5. 보상이 크면 클수록 인간의 자기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따라서 커진다. 크고 화려한 상일수록 에드워드 데밍 박사가 말한 '내재적 동기'을 위축시킨다. 데밍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싶어 하고 또 유용한 공헌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큰돈이 보상으로 주어지게 되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보상 자체가 목표가 되어 일에서 찾아야 하는 자극과 창의성이 억제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번 큰 보상을 손에 쥐게 되면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내적 동기가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향도 있다.
나는 의지력, 정신력, 야망, 큰 꿈 이런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단어들은 보통 강한 정신력을 가지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라던가 혹은 큰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라는 등등의 내 마음만 고쳐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심기 때문이다. 실제로 큰 꿈을 가졌지만 실패한 사람들이 허다하고 한때 강한 의지력, 정신력을 가졌다는 사람들도 다른 상황이나 때가 되면 인생에서 큰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모든 것을 강인한 의지로 해낼 수 있다는 맹신은, 혹은 반대로 누군가가 인생에서 실패한 것은 강인한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말은 진지하게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저 삶은 주어지는 것이라고,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을 단념하고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야 할까? 이 답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이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서 우리 뇌에 우리가 원하는 신경망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아주 작은 것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관련이 있지만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서 우리 뇌가 변화라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 뇌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큰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실천하려면 뇌는 두려움을 느끼고 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때문에 삶에 당장 큰 변화를 주겠다는 접근은 결국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뇌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가령 외국어 하나를 반드시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당장 최고급 학원과 도서관을 등록하는 게 아니라 하루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러나 꾸준히 외국어를 익히고 점차 그 시간을 늘려나가서 종국에는 하루종일 외국어를 공부해도 힘이 들지 않는 뇌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르게 중요한 것은 아주 작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주면서 혹은 가능하다면 누군가에게 받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너무 큰 보상은 내적 동기를 줄이고 되려 보상 자체가 목표가 되는 뇌로 변해버린다.
상당히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내 삶을 되돌아봐도 거창한 계획, 강한 목표의식, 강한 의지력, 큰 보상 이런 것들은 내 삶에 도움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된 경우가 많았다. 후회가 되는 과거는 나의 대학시절이다. 나는 한국에서 소위 남들이 일류대라고 말해주는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나는 온 가족들과 친구들의 주목을 받고 한껏 들떴다. 나에게 아주 큰 보상이 온 것이다. 그래서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미국의 더 좋은 대학의 대학원에 가겠다는 큰 목표를 세웠다. 열심히 공부하리라 강한 의지도 가졌다. 공부를 통해 얻는 배움이 아니라 좋은 성적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 것이었다. 매번 최선을 다하자는 결심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부하는 시간이 지겹고 두렵기까지 했다. 그냥 이상하게 책상 앞으로 가는 것에 거부감이 생겼다. 책상 앞에 앉아서도 딴생각에 제대로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지 못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했고 원했던 미국의 탑스쿨에 입학할 만한 성적이 되지 못했다.
물론 이제 와서 탑스쿨에 못 갔다고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졸업한 미국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 아주 멋진 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진짜 후회는 내가 대학 다니는 동안 좋은 성적이라는 것에 매몰되어 낭비한 시간들과 공부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가져서 제대로 배우지 않은 후회이다.
물론 나에게는 이런 스몰 스텝 전략으로 성공한 일도 있다. 중학생 시절 나는 학원에서 어려운 수학 응용문제들이 가득 들어있는 문제집을 하나 받았다. 학교 교과서나 학교 시험보다 훨씬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몇 문제를 풀어오라고 숙제를 낸다던가 검사하지 않았다. 알아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고 내가 풀어간 것을 보여주면 학원 선생님은 나에게 충분한 피드백을 해줬다. 새로운 풀이를 가져가면 칭찬을 많이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문제를 풀어나갔다. 적으면 하루에 한 문제, 많으면 하루에 대여섯 문제도 풀었다. 쉽지 않은 응용문제들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학교에 가서 수업시간 내내 안 풀리는 수학문제 하나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끄적거리기도 했고, 길을 가다가, 버스를 타면서도 수학문제 풀기에 골몰했다. 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마음의 부담 없이 적은 수의 문제를 느리게 풀어나갔고 작더라도 칭찬이라는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렇게 수학 문제집을 받은 지 겨우 3-4개월이 지났을 때 전에는 전혀 손도 못 대던 어려운 문제들도 손쉽게 풀어나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하루하루 두뇌가 자라는 경험을 한 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몇 문제씩 풀어서 검사를 한다던가 혹은 3개월 후에 시험을 칠 테니 그때까지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면 나는 오히려 어려운 수학문제들에 겁을 먹어 전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는 나는 주위에 나이 많은 엔지니어들을 한번 관찰해 본다. 미국은 나이가 많아도 관리자로 승진하지 않고 나이 50이 넘어도 60이 넘어도 계속 실무자로 엔지니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보면 세 가지로 갈린다. 정말 잘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다. 한평생 한 분야를 갈고닦아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듯하다. 두 번째는 그럭저럭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크게 방해는 되지 않지만 크게 본받을 것도 없을 때가 많다. 세 번째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이 사람들의 차이가 뭘까? 나의 오랜 관찰에 의하면 결국 이 차이는 각자가 어떻게 자신의 두뇌를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누군가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작은 한걸음이라도 발전하고자 그것에 자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노력들이 하루하루 쌓이고 긴 세월이 쌓이면 그 사람의 뇌는 그 전문 분야에 특화된 신경망이 특별히 발달한다. 이 오랜 세월로 다져진 전문성은 아무나 강인한 의지나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배울 것이 없는 사람들, 오히려 점차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두뇌는 보통 다른 것에 가있다. 가령 관리자에게 어떻게 잘 보일까라던가 회사 내의 처세술 같은 것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엔지니어링 실력은 떨어져도 그런 처세술에는 놀라운 능력을 보이곤 한다. 두뇌의 신경망이 그런 쪽으로 만 발달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열심히 처세술을 갈고닦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언제 내보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오랜 세월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갈고닦은 사람들은 회사가 잃어서는 안 되는, 또는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엔지니어라는 것이다.
나도 긴 세월을 앞에 두고 내 두뇌의 어떤 신경망을 발달시킬 것인가가 결정하는 시기에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 하루하루 내 노력을 쌓아 내 분야에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세월이 지날수록 빛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신경망을 발달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발달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도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