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금연을 하겠노라 공연히 담뱃갑을 집 앞 화단에 버리고 뜬 눈으로 4시간을 보내자 나는 다시 자연스레 그곳 화단 앞에 서있었다. 이야기를 해보자면, 처음으로 더 이상은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얼마 전부터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허상이 난무하는 자아도취로 7살 차이 나는 형에게 두들겨 맞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악으로 담배를 배웠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도 그 무렵 담배를 배웠더라지. 당당히 말하길 나는 담배에 의존했다. 멋으로 시작해 나를 키우는 줄만 알았던 독한 목 넘김, 그리고는 담배 한 개비의 여유로움을 기다리며 많은 스트레스를 버텨온 지금의 나날까지. 정말이지 나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고 문 밖을 나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자그마치 9년이다. 그동안 멈춰있었던 더러운 발걸음을 떼고 싶다. 하지만 그것의 결심은 하루의 사분의 일도 넘지 못했다.
라이터의 기름이 없었다. 9월이 다가오면 정말 끝이다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으며 두려움과 설렘이 며칠간 공존하는 무지의 순간부터 라이터의 부싯돌은 아무리 세차게 돌려도 시원한 불꽃을 뿜지 않았다. 그래, 얼추 맞겠구나 했다. 3일만 버텨주라고 라이터에게 말했다. 금연 시작 3일 전이었다. 물론 그 3일 동안에도 3갑의 담배를 피웠지만 이번엔 한 개비 한 개비가 정말 소중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아, 담배를 구하기 힘들었던 고등학생 시절에도 비슷한 기분을 꽤 느꼈다. 하지만 그것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사랑했던 애인을 더 이상 못 보는 것과 나를 위해 안보는 것의 차이 정도. 무지막지하다.
그러니까 결국 오늘 라이터가 힘을 다하고 마침 몇 개비 남지 않은 담배를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화단에 버리고 집에 들어왔지만, 불과 몇 십분 전 나는 집에서 나와 그것을 다시 찾은 채 새 라이터를 사고 남아있던 담배 5개비를 뻑뻑 피워댄 것이 아닌가. 중국어 하나가 생각이 난다. 전머커넝, 그럴 리가 없어요. 정말, 그럴 리 없다.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사실 오늘의 실패도 꽤나 달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정말 금연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담배는 나쁘다. 나는 이제야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였고 쳐 발리긴 했어도 오늘 처음으로 그것에 도전했다. 내일 아침부터 다시 도전이다. 또 질까? 모르겠다. 일단 방금 새로 산 라이터부터 버려야겠다.
아 맞다, 첫 문장에서 말했지만, 과연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고 글을 잘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