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를 시작합니다

프롤로그

by 옥흐

아버지를 납골당에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색한 공기가 방 안 가득 채우고 있다. 현관도 거실도 안방도 그대로인데 아버지만 없다. 지독한 침묵이 아버지의 부재를 더 선명하게 해 준다.


집으로 돌아온 형제들은 집 정리로 바쁘다. 되도록 아버지가 사용하던 묵은 짐들을 버리고 또 버리기로 했다. 산 사람들은 또 살아가야겠기에 정리를 해야 한다. 거실 커튼을 바꿔보기도 하고 침대 커버를 바꿔보기도 한다. 이제 남아 있는 자들이 느낄 공허함과 슬픔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타지에 있는 형제들은 이제 한 명씩 빠져나간다.


저기 방구석에 있는 아버지의 사방탁자가 보인다. 이제 아버지가 남긴 흔적들을 열어야 할 차례다. 우두커니 앞에 서서 첫 번째 서랍 속에 손을 깊숙이 넣어 본다. 아버지가 쓰던 낡은 돋보기안경, 시계, 볼펜, 다이어리가 차례대로 만져진다. 그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만져본다. 아직도 움직이는 시곗바늘은 아버지가 살았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듯하다.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일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 같다. 돋보기안경을 보면 아버지가 신문을 읽던 모습이 떠오르고 다이어리를 만지면 아버지의 생각과 호흡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물건을 손에 쥘 때마다 나는 아버지와 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고 그 순간만은 상실의 아픔이 덜 느껴진다.


애도란 무엇인가? 끝도 보이지 않는 슬픔에 머물기만 하는 것인가? 그 슬픔이 잠잠해지고 가라앉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가? 그러다 불현듯 스쳐가는 기억에 마음이 다시 요동쳐야만 하는 걸까? 나에게 애도는 남겨진 기억을 어떻게 이어갈지 하나씩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적극적인 애도를 시작해 보자.


이제부터 아버지의 유품을 통해 내가 겪는 애도의 시간을 기록하려고 한다.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소중한 기억들을 천천히 따라가며 그리움을 보듬어 볼 생각이다.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풀어갈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애도를 통해 ‘현재의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에게도 나의 글을 통해 작은 용기를 주고 싶다.


나는 아버지의 흔적 앞에 앉아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