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핑계가 된다.

by Backpacky


어린시절 나의 집은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단열이 안되어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다.


가장 문제인건, 습한날에 생기는 곰팡이었다.

벽지 곳곳마다 푸른빛을 띄는 새까만 곰팡이가 피었다.

나는 그런 곳에서 자랐다.


가난은 그런것이라고 생각했다.

잦은 추위와 더위, 집 안에서 나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 밥과 김치반찬, 한 두벌의 옷.

이런 신체적 불편함과 물질적인 부족함이 가난이구나 라고.


하지만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고작 그따위것들이 가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집중력, 낮은 아이큐, 실행할 수 없는 실행력, 사라진 꿈, 부족한 사회생활능력과 같이

일반 사람들에겐 하나만 있어도 치명적일 것들을 두루 갖추게 되는것이 바로 가난이다.


실제로 경제적 부족함과 학습능력 등의 인과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아이큐가 더 낮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러니 당연히 사회로 나가서도 보통의 사람들과 경쟁할 수 없다.


나는 이것이 좋은 핑계가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부족해지는 것이 나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의 문제였으니 말이다.


'내가 비록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하니까 가난이 주는 디버프를 감안했을 때는 나는 어쩌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나는 꽤나 오랫동안 이렇게 합리화하고 있었다.



근데 세상을 살아보니,

내가 처한 상황으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

하물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조차도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로 나가면 나의 상황은 아무도 고려해주지 않는다.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과 같이 아랫사람 말 다 들어주고, 처지를 불쌍히 여기며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것을 깨닫자마자 스스로 달라지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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