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것이다. 가장 쉽게는 자기소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자기소개의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 나는 어떤 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더라..?'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관계의 확장성을 경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 자기소개의 기회조차 흔한 경험은 아니라는 결론이.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자리에서 나를 소개해야 한다면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과감히 입을 열지 않을까 싶다.
'안녕하세요, 저는 비건(vegan) 지향자 jane입니다.'
비건이면 비건이지, 애매하고 비겁하게 비건 지향자는 뭔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비건(vegan)'이 엄격한 채식주의자란 의미를 넘어 삶의 지향점을 생명체에게 최소한의 고통을 끼치며 지구와 환경에 있어 최대한 해를 덜 끼치는 존재로 살아가려 하는 삶의 태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할 때 나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사람이란 의미에서 스스로를 '지향자'라 명명하려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내 시점으로 재정의하고 싶었다. 그래서 철학과에 가고 싶었다. 거기 가면 나의 사유에 이름을 붙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돌아 돌아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고 이것이 또 기가 막히게(!) 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공이었더랬다.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세상을 좀 더 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역사 속에서 만난 인물들은 내게 넌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물어왔다. 이에 나는 그들처럼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경우, 그 끝에는 비건(vegan)이 있었다.
'넌 꿈이 뭐야? 하고 싶은 게 있어?'라고 물어온다면 무어라 말해야 할까. 부자가 되는 것도 좋고 좋은 집에 사는 것도 멋질 것 같다. 근사한 가방을 메고 예쁜 보석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소리 내어 말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별 게 아니다. 인간을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인간만이 가진 특성들로 하여금 지구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거창하게 우주의 평화를 논하지 않더라도 하루 세 끼 밥상에서만큼은 이러한 나의 철학을 고수하고 싶다.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규정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 그릇 비건 집밥'을 먹고 산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해치지 않은 식탁에 둘러앉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나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대충대충 만들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제안하고 싶다. '비건 요리'라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서 동물성 재료만 제외하면 된다는 것을, 생각보다 음식의 맛은 양념 맛이 좌우한다는 것을, 그래서 '비건 요리'라는 색안경을 내려놓는다면 꽤 맛있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마치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샐러드 파스타'처럼.
샐러드 파스타는 동물성 재료 없이도 근사한 한 그릇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무도 해치지 않지만 충분히 건강하고 맛있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한 그릇 식사로서 '샐러드 파스타'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것이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다.
다시금 인사를 해볼까. 안녕하세요, 저는 비건 지향자 Jane입니다. 우리 함께 비건한 한 그릇을 만들어 맛보면 좋겠습니다. =)
[샐러드 파스타]
<< 준비물 >>
< 메인 재료 >
사용하고 싶은 파스타 (내 경우 보통 푸실리나 스파게티를 많이 쓰지만 이번에는 카펠리니를 사용했다.)
푸른 잎채소류 (상추, 깻잎, 적겨자, 로메인, 비타민 등등 무엇이든 가능)
양파
토마토 (큰 토마토나 방울토마토 모두 가능)
< 양념 - 오리엔탈 드레싱 >
간장, 올리브유, 식초 각각 2Ts
설탕, 다진 마늘 각각 1Ts
참깨, 후추 약간씩
* 모든 것이 번거롭다면 시판하는 오리엔탈 드레싱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오히려 더 맛있을지도..? 흠흠)
* 분량을 늘리고 싶다면 간장, 올리브, 식초 : 설탕, 다진 마늘 = 2:1의 비율로 양을 늘리면 된다.
1. 파스타를 삶는다. 이때 냄비에 소금 한 꼬집과 올리브유 한 바퀴를 둘러 밑간을 한다.
2. 파스타를 삶는 동안 2번 과정을 준비한다.
가. 양념을 섞어 오리엔탈 드레싱을 만든다.
나. 잎채소류와 양파를 채 썬다. (여린 잎을 가진 채소는 손으로 찢어 사용해도 무방함.) 토마토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다.
3. 충분히 삶은 파스타면(냉파스타이므로 더 이상의 조리과정이 없는 만큼 권장시간보다 30초 정도 더 삶아 사용하는 것을 권함.)을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뺀다.
4. 보울에 삶은 파스타와 메인 채소류를 모두 담고 준비해둔 소스를 섞는다.
5. 접시에 먹기 좋은 형태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