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먹는 브런치
망해 가는 식당을 살리겠다며
주방장 친구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시식을 청했다
빨간색 냉면 면발을 오른쪽으로 돌돌 말고
파란색 국수 가락은 왼쪽으로 배배 꼬아 올려
양념을 뿌리고 고명을 얹은 한 그릇
첫맛은 매콤하고 뒷맛은 후련하다
친구의 레시피는
‘얽힘과 섞임’이다. 메뉴판에는 ‘갈등’이라 써넣었고
‘풀지 말고 드세요’를 덧붙였다
한 철 지나
친구네 식당은 소문난 맛집이 되었다
옆구리에 골이 파이도록 서로를 보듬고 싶은
연인들이 갈등 맛을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식당을 나서는 사람들은 메뉴판 아래에
누군가 써놓은 글귀를 담아 간다
‘갈등으로 체해 도깨비 씻나락 까먹는 소리
신트림 내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