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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타멀스 Oct 25. 2021

어느 날

용궐산 용마루 위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초승달에

아쉬움을 갖지 않는 것은

저 초승달이 내일 저녁에는 더 환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약속 때문이다


시커먼 태풍구름 속에

연약한 갓난달이 갇혀 있는 데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것은

태풍은 갓난달의 눈썹 하나 날리지

못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초승달이 뒤집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슈퍼맨이 장난친 거라며

머지않아 북두칠성이 물구나무 쇼를

보여 줄 거라는 농담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용궐산 용마루가 뒤집어진 초승달에

긁혀 찢겼고 태풍은 갓난달을 집어삼켰다

사람들의 손가락은 사람들을 가리켰고

사람들의 머리에 돋아난 뿔에는 새똥 투성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지전사(지구전략사령부)는 슈퍼맨을

지명 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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