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빠진 붕어빵

고전한담古典閑談-3

by 노닥거리

천태산에 입산하여 석 달 열흘 도를 닦고 하산한 그는 가장 먼저 붕어빵집을 찾아 문답했다.


"붕어빵 속에 붕어가 없는 이유가 뭘까요?"

주인아줌마는 한참이나 그를 쳐다만 보았다.


"그건 말이오, 소주 안에 소가 없고 칼국수 안에 칼이 없는 것과 같소! "


주인아줌마가 행주로 손을 닦으며 물었다.

"그러면 왜 팥빵 속에는 팥이 있고 오징어볶음에는 오징어가 들어 있다요?"


뭔가 꼬였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천태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먹다 남은 붕어빵은 배가 터져 배꼽이 빠진 채, 그의 가방에서 삐져나온 서울 A플러스대학교 졸업장을 한쪽 눈으로 흘겨보고 있었다.


다시 석 달 열흘이 지났고 저녁나절이 되어 그는 같은 붕어빵집을 찾았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팥빵에는 팥이 들어 있는 이유를 알아냈소, 그건 말이오, 곰탕에는 곰이 없지만 갈비탕에는 갈비가 들어 있는 것과 같소. 근데 말이오, 아직까지 그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당최 모르겠단 알이오."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며 주인아줌마가 응답한다.

"곰처럼 큰 짐승을 어떻게 통째로 가마솥에 집어넣어 삶을 수 있겠어요. 그냥 확 후려 잡아가지고 갈비를 쫙 도려낸 다음 반나절이고 한나절이고 그저 일없이 푹 고아야 곰탕이든 갈비탕이든 제맛이 나죠."


갑자기 그가 탁자를 탁 치며 외친다.

"그겁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무엇이 무엇 속에 들어 있고 들어 있지 않고가 무엇을 무엇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찌어찌하다가 마침내 무엇이 되어 무엇으로 남아 있느냐가 무엇을 무엇으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아! 이 아름다운 아침에 드디어 도를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오늘 저녁에 죽어도 좋습니다."


"도사양반, 우리 집에 와서 어찌어찌하다가 그 어려운 도를 깨우치게 되어 다행인데, 그렇다고 그런 걸로 죽을 것까지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아침이 아니고 저녁이어요. 저녁 길 잘 살펴 가세요."

"나에게는 지금이 아침이오. 깨달음을 얻었으니 내 인생에 새로운 아침이 온 것이오. 허허허.

공자께서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 했으니, 나는 이제 오늘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소. 허허허."

먹다 남은 붕어빵도 함께 웃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
이전 09화아버지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