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카페

65세 이하 출입금지

by 노닥거리

할머니 경로당과 할아버지 경로당 사이에 다방이 하나 생겼다.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60퍼센트가 넘는 농촌 지역이다 보니 군수님이 어르신들을 위한다고 돈 좀 쓴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두고 재선을 넘어 3선을 노리는 군수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노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군수님이 어르신들의 복지를 위해 없는 예산을 만들어 이렇게 어르신 다방을 마련했습니다. 아무쪼록 이 다방에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 함께 어울려 옛 추억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세요. 그런데 '어르신 다방' 이름은 마음에 드세요? 호호호호."

면장님이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짧은 인사말을 하고 나간다.


"무슨 이름이 '어르신 다방'이여. 촌스럽고 노인 냄새나게."

"촌에서 촌스럽고 노인이 노인 냄새나는 게 뭐 잘못된 거여?"

"그래도 '어르신 다방'은 좀 아닌 것 같여. 그리고 말여, 젊은 사람들이 자꾸 어르신 어르신 하는데, 솔직히 좀 부담이 돼. 어쩌다 세월이 흘러 이렇게 나이만 먹었지 내가 뭔 어르신이라고 볼 때마다 어르신 어르신 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말여, '어르신으로 불러줄 테니 제발 좀 어르신처럼 행동해 주세요'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 같아서 닭살 돋는 기분이라니까. "

"호호호, 57년 닭띠라서 그런가 봅니다."

"58년 개띠는 개팔자 상팔자라서, 세상만사 천하태평이라서 좋겠소."


어찌 됐든 동네 할매, 할배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애들처럼 시끌벅적하다가 다방 이름을 '어르신 다방' 대신에 '시니어 카페'로 정했다.


"근데, 우리 같은 깡촌 시골사람들에게 나라에서 고맙게도 매월 15만 원씩 기분소득을 준다는데, 아까 면장님이 설명할 때 익월부터 지급한다는 것은 언제부터 준다는 것이여?"

평생 떡방앗간 일을 하다가 무릎이 아파서 지금은 며느리에게 방앗간을 물려주고 매일 경로당을 출입하는 방앗간댁이 평생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면장으로 퇴직한 김 면장에게 묻는다.

"면장 양반, 긍게 '익월부터'가 언제부터라는 거요?"

"익월부터라는 것은 다음 달부터라는 뜻인데, 공무원들이 쓰는 용어입니다. 내일은 익일이라 하고 내년은 익년이라 합니다."

"우리가 공무원도 아닌데 그냥 다음 달부터 준다고 하면 그냥 쉽게 알아들을 것인디, 다음 달이라고 하면 촌스러워서 그런가?"

"어르신이 되려면 그 정도 말은 알아야죠, 홍여사님. 허허허."

"그럼 어르신이 되기 위해 익일부터 학원이라도 댕겨야 쓰것네."

"아따, 방앗간댁, 김 면장 옆에 떡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더니만 겁나게 유식해져 불었네."

"왜? 나는 유식하면 안 되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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