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복잡한 웹으로 볼게요.’
‘지금 나가면 쿠폰이 사라집니다. 그래도 나가시겠습니까?’
‘해지하신다니 너무 아쉬워요. 해지 즉시 회원 전용 혜택을 모두 잃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다람이입니다.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불편하고 복잡한 웹보단 편리한 앱을 설치하여 사용해야 할 것 같고, 지금 꼭 쿠폰을 받아야만 할 것 같고, 멤버십을 해지하려고 할 뿐인데 감정에 호소하며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경험, 해보셨나요?
오늘은 사용자들을 은밀히 유도해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하는 다크 패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다크 패턴(Dark Pattern, 눈속임 설계)은 UX 디자이너인 Harry Brignull이 2010년 정립한 개념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사용자가 특정 행동(가입, 구매 등)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교묘히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 서비스로 자동 전환하거나 회원가입 절차에 비해 해지 절차를 어렵게 설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요.
이미 미국과 EU에서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법률 제정 및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다크 패턴에 대해 실효적 규율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크 패턴 유형은 크게 편취형 상술, 오도형 상술, 방해형 상술, 압박형 상술 4가지로 구분되며 이를 다시 19개의 세부 유형으로 구분하였어요. 아래 예시에서 자세하게 살펴보아요.
1️⃣ 편취형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인터페이스의 작은 조작을 통해 비합리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에요. 상품 검색 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 가격으로 청구하는 것이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99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구매하려고 하니 옵션에서 (+1,210원, +1,910원)이라는 추가금이 붙네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옵션 중 가장 최저가만 명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거짓 할인에 해당돼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상가 '2,210원~', 할인가 '990원~'로 수정이 필요해 보여요.
2️⃣ 오도형
거짓을 알리거나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르게 화면∙문장 등을 구성해 소비자의 착각∙실수를 유도하는 행위에요.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항목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그 선택항목이 유일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카카오 계정으로 간편가입 시 약관 동의 순서가 [필수 > 필수 > 필수 > 선택 > 필수 > 선택] 순으로 선택 약관을 중간에 둠으로써 사용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순서를 섞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사용자가 자신의 주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필수 항목과 선택 항목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해요.
3️⃣ 방해형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 등에 과도한 시간∙노력∙비용이 들게 만들어 합리적인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해요. 구매∙계약 체결∙회원가입 절차보다 취소∙해지∙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그 방법을 제한하여 소비자의 자유로운 취소∙해지∙탈퇴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죠.
쿠팡의 와우 멤버십 해지를 위해서는 총 5depth의 과정을 거쳐야 해요. 와우 멤버십의 혜택을 나열하며 '(이렇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데) 그래도 해지하시겠어요?'라는 문구를 사용하거나, 해지하려고 들어온 사용자에게 '남은 기간 동안 더 이용해보고 결정하세요.'라는 명령조의 문구를 사용하거나, [내가 받고 있는 혜택 포기하기]라는 버튼으로 사용자가 마지못해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의 문구를 사용한다거나, 해지하는 이유를 묻는 옵션마다 사용자의 선택을 반박하려는 문구, 최종 단계에 이르렀을 때와 해지가 완료된 후에도 슬픈 이모지나 아쉽다는 문구를 통해 감정적으로 호소하며 해지를 방해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어요. 다크 패턴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해지 플로우가 단축되고 불필요한 설득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문구는 수정이 필요해 보여요.
4️⃣ 압박형
소비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해요. 특정 시간 또는 특정 기간에만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고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재고가 없거나 수요가 높다는 내용을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최근 해당 상품을 보거나, 구매한 소비자의 수를 거짓으로 표시하여 해당 상품의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아고다의 경우 '판매 완료 임박! 아고다 객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사 마지막 객실!', '서두르세요.'와 같은 재촉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결정을 압박하고 있어요. 게다가 '상품 선택 시 최대 20분간 해당 요금을 유지해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실제 남은 시간을 카운팅 하면서 빠른 결제를 유도하고 있죠. 하지만 주문서를 다시 진입하면 남은 시간이 리셋되면서 사실상 무의미한 시간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또한 주문서에서 '선택하신 날짜에 이 요금으로 이용 가능한 마지막 아고다 객실입니다.'라는 문구를 4회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마지막 객실인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반복 문구는 사용자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죠.
정부의 다크 패턴 규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다크 패턴을 살펴보았어요.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플랫폼 입장에서는 클릭 수 증가, 수익 증가, 판매 촉진, 탈퇴율 감소 등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브랜드 평판과 충성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여요.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충분히 가성비 높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가하고 멤버십을 해지할 때는 그렇게나 절박해 보일 수가 없어요. 해지 과정이 어렵다고 해서 사용자가 멤버십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해지 과정이 쉽다고 해서 해지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러니 사용자에게 쓸데없는 감정적 소비와 기능적 어려움을 줄 필요는 없는 거죠.
다크 패턴을 통해 사용자를 은밀히 유도하여 이윤을 추구하려는 목적보다는 높은 사용성과 긍정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좋은 UX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플랫폼의 성장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