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a dips, Tick dips
매일 아침 산책을 한 지도 어언 한 달 남짓. 혈액순환이 잘되는 느낌적인 느낌도 들고, 출근과 통학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마주치며 활기찬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걷다 보면 꽤 신기한 광경도 볼 수 있는데 매주 목요일 아침 6시가 되면 온 동네의 개들이 집합하여 차례를 지키며 작은 물웅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남자는 개들에게 희뿌연 물을 끼얹으며 바닥 닦는 솔로 개들의 털을 문질렀고, 처음에는 완강하게 저항하던 개들도 이내 포기하고 무념무상한 표정으로 물과 하나가 되었다.
목요일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 폰을 꼭 들고 가야지 하다가도 깜빡하고 안 가져 간 날이면 그냥 눈으로 담을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 다행히 폰을 가져가서 개 담그기(?)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개들을 목욕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개 벼룩, 진드기 예방을 위해 약품을 푼 물에 개들을 담그는 것이었다. 솔로 털을 문지르는 것도 개 털에 약품이 더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었다.
개 담그기 비용은 마리 당 500콰차(=약 750원)로 하루에 담그는 개만 5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개 세신사(?) 아저씨는 3개 마을을 돌며 개들을 담근다고 말하며, 관심을 보이는 나에게 물웅덩이를 만들어서 자기가 출장가는 방식으로 동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아저씨는 조수도 2명 데리고 있어서 도제식 교육을 추구하며 또 다른 개 세신사를 양성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수증도 발행하여 개주인들에게 주는 모습이 무척 프로답게 보였다. 개 털을 문지르는 솔도 단모, 장모 등 개 털의 특성에 맞게 각기 다른 형태의 솔이 3개가 있는 걸 보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 담그는 모습을 지켜본 덕에 나와 라포(Rapport)가 쌓였는지 사진 및 비디오 촬영 허가는 물론 이런 저런 질문에도 잘 대답해 준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그럼 그렇지 나에게 돈을 요구하는 아저씨. 각오는 했지만 조심스럽게 훅 들어오는 아저씨의 금전요구가 재밌었던 건, 아저씨가 나를 떠보는 방식이 웃겨서였다.
"You know this is my business?"(한 쪽 눈썹을 찡긋하며 웃음)
"You are with money?"(웃음)
다음 주 목요일에 돈을 가져오겠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풀타임으로 개를 담근다며 목요일 아무 시간대나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아저씨. 말라위 사람들은 개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학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매주 정기적으로 개들을 담그는 모습을 보니 비록 개를 발로 차고 아무 음식이나 줄 지언정 개를 사랑하는 건 어디나 다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츤데레 같은 사랑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