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의 외국인들
말라위에서 알고 지내는 외국인 중에는 이민 2~3세대들이 있어서 종종 교류하곤 한다. 나이 든 어르신들과는 딱히 대화 소재도 없고 해서 주로 듣는 편인데, 이런 내가 편한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 60대 노인들도 있다. 한 노인은 틈만 나면 동생 험담을 했는데 실제로 동생을 만나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진 않아서 황당할 뿐이었다. 첫째가 무조건 양보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탓에 유산도 동생에게 양보했던 건지 동생을 험담하는 주된 내용은 재산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 자식들이 더 잘났는지에 대한 평범한 촌부의 자식자랑이었다.
그러나 둘다 부인들을 여의고 난 후에는 서로 기댈 만한 언덕이 되어주고 있는지 둘이서 자주 만나 모국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상투적인 말이 떠오른다. 얼마 전 이 두 노인 형제들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형은 자기 자식들 연봉이 얼마고, 집은 어디에 샀고, 사위 연봉은 얼만지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지만 동생은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아서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동생: “결혼은 낡은 관습이야. 꼭 결혼할 필요가 없어. 가족들을 위해 힘들게 돈 벌었지만 결국은 다들 떠나고 나 혼자야. 형도 예전엔 밤새도록 일했지?”
형: “...”
동생: “다 소용이 없어. 자식들은 이제 컸다고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니까”
형은 가족들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왔던 본인의 삶을 부정 당하고 싶지 않은 건지 동생의 말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못마땅한 얼굴로 음식을 삼켰다. 이미 가장으로서 본분을 충실히 수행한 이들이 이야기하는 결혼은 굉장히 흥미롭게 들렸는데, 동생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는 푸념과도 닮아 있었다. 자식자랑으로 인생의 성과를 증명하려 하지만 “지금 바빠서 나중에 전화할게요. 사랑해요 아빠”라는 대답에 한숨을 지으며 먼 산을 바라보는 아버지들은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