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하루
오늘 하루는, 너무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눈을 뜨자마자 몸과 마음은 이미 피로로 젖어 있었다.
나는 또 가위에 눌렸다.
눈을 감아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지난 기억과 상처들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좀 괜찮겠지,” 나는 혼잣말을 했지만,
그 말은 바로 공허하게 부서졌다.
살도 조금 빼고, 자존감도 조금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더 미워졌다.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인간들,
마음과 몸을 짓밟고 상처만 남기는 인간들.
그 얼굴들을 떠올리면,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때때로 나는 내 몸 안에 두 명의 내가 존재한다고 느낀다.
하나는 살아있으려 애쓰는 나,
다른 하나는 이미 포기하고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있는 나.
그 둘 사이에서 나는 균형을 잡으려 발버둥 치지만,
균형이란 건 늘 내 손바닥에서 흘러내린다.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만나봤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예상했던 대로 모든 것은 부질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최악의 결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조차, 나는 부러움과 불안을 느끼며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그 자리에서도 나는 또다시 고립된 채,
내 안에서만 고통을 삼켰다.
사랑마저 날 떠났다.
몸과 마음을 다 주고도, 결국 떠나버렸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제 공허하게 느껴진다.
‘사랑해’, ‘이쁘다’, ‘잘하고 있어’라는 말조차
이제는 듣고 싶어도 꼴 보기 싫다.
돈을 쓰는 것조차 아까웠다.
살을 빼고, 성형을 하고, 완벽해지려 애썼지만
원래의 상처와 위축된 자존감은 아무리 다듬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내 마음은 그대로였다.
완벽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누군가 “하면 예쁘겠다”라고 말한 것에 바보처럼 순응해
어린 나이에 코 수술을 했다.
마취 주사가 들어오는 순간,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내 온몸을 채웠다.
몽롱해지고, 눈앞이 서서히 흐려지며,
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
그 모든 피로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칼과 가위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고,
눈앞이 피로와 어둠으로 가득 찼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것이 멀게 느껴졌다.
그저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차갑게, 그러나 이상하게 편안하게 스며들었다.
마치 나만 다른 세계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잘살고, 행복하고,
나는 그 사이에서 부서져버린 존재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것도 지겹다.
무기력하고 힘든 날이면 또 귀신에 눌린다.
순간, 머릿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왜 이렇게 오래 버티고 있는 거냐’
내 목소리인지, 귀신같은 존재의 속삭임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소리는 목구멍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며,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짓누르고, 손끝에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귀신도 이제 날 괴롭히나?’
그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무섭지도 않았다.
마치 내 인생을 비웃는 듯한 하루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관찰하는 구경꾼이 된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30이 되면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30도 너무 빠른 것 같고,
그 생각조차 미친 것 같기도 하면서
나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내 몸과 마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세상은 여전히 날 힘들게 하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오늘 하루도,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원하는 것 하나 마음대로 못한 채 지나갔다.
혼자 방 안에 남아 숨을 고르고,
지나간 상처와 아직 남은 피로를 느끼며,
나는 내 몸을 쓰다듬었다.
오늘 느낀 피로와 무력,
사랑의 부질없음, 무기력, 사람들의 배신
모든 것이 뒤엉켜 내 몸과 마음을 짓누른다
나는 아직도 내 안에 남은 어린아이를 바라본다.
세상에 내놓기엔 너무 약하고,
사랑받기엔 너무 지친 존재.